통상 실무급 사전 접촉 의제 조율
이번엔 극적 성사에 기싸움 치열
과거 남북 회담에서 밤샘 협상은 종종 있었지만 사흘 연속 밤샘 협상이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은 사흘 연속 밤샘 협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했다. 22일 오후 6시 30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시작된 1차 회의는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 새벽 4시 15분까지 이어졌다. 11시간의 정회 후 23일 오후 3시 30분에 재개된 2차 회담은 25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과거 남북간 협상을 비춰볼 때 남북 회담이 밤샘으로 이어진 경우는 자주 있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개최됐던 남북 장관급회담은 2박3일에서 5박6일 일정 가운데 마지막 날에는 통상 기싸움과 함께 합의문 도출을 위한 밤샘 작업이 전개되곤 했다. 2004년 6월 속초에서 열린 2차 장성급회담은 21시간 동안 진행됐고, 비교적 최근에는 2013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관련해 그 해 7월 실무회담과 9월 남북 공동위 회의에서 각각 16시간과 20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이 펼쳐졌다. 또 밤샘 논의에도 합의를 보지 못하거나, 결렬 선언 이후 합의서가 채택되면서 일정이 하루 이틀 연장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싸움과 밤샘 협상이라는 현상은 비슷하지만, 사흘 이상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결과 도출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이번 회담이 성사된 배경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위급 회담은 통상 실무급 사전 접촉을 통해 의제를 좁혀가는 과정 등을 거치지만 이번 회담은 극적으로 성사되면서 미리 의견을 조율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서울과 평양의 훈령을 받으면서 진행하는 방식이라 속도가 더디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훈령을 받는 빈도가 과거보다 굉장히 많은 것 같다”며 “워낙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회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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