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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다섯번째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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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다섯번째 사과

입력
2015.08.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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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러 온게 아니다"

협상 내내 버티다 결국 양보

북한은 남북고위급 접촉에서 최종적으로 사과를 했다. 북한은 이번 협상에서도 “사과를하러 내려온 게 아니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과거에도 군사적 도발 이후 사과나 유감표명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

마지못해 하는 뒷북 사과에다, 개인적 일탈 또는 우발적 충돌로 치부하며 북측 최고지도자의 책임은 회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포괄적인 유감 표명은 곧잘 해왔다. 물론 자발적 조치라기보다는 남북관계나 주변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로 사과를 활용하는 측면이 다분했다.

최고지도자의 사과도 있었지만 비공식적 개별 면담 자리에서였다. 1968년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관련 김일성 주석은 72년 방북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의 면담에서 “결코 내 의사가 아니었지만,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고 직접 사과의 뜻을 표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 방북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때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응분의 벌을 받았다”며 재차 유감을 표했다.

공식적인 사과에선 보통 도발 주체에 대한 언급 없이, 포괄적 유감 표명, 재발방지를 위한 추상적 다짐으로 마무리되는 형식을 취해왔다. 전달 방식은 다양했다. 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당시엔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에게 구두로, 96년 동해안 북한잠수한 침투사건 당시엔 북한 공식 매체를 통해서 사과 성명을, 2002년 6월 발발한 제2차 연평해전 직후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서는 전화 통지문이라는 공식 문서 형식을 취했다.

최근 10년 새엔 ‘묻지마 사과’ 형태로 일관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 대해선 자신들의 소행 자체는 부인하고 책임은 남측에 떠넘기면서도 희생자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하는 식으로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서는“직접적인 증거를 대라”며 사과 요구 자체를 전면 일축하는 상황이다.

이번 지뢰 도발 사건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우리 정부의 ‘날조극’이라며 천안함 때처럼 오리발 작전으로 일관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대북 확성기 중단이라는 자신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포괄적 수준의 유감표명 정도는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발 소행에 대한 직접적 언급 없이 우리 장병들의 부상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부가 강조한 도발 주체를 적시한 사과와는 온도 차가 확연해 양측이 얼마나 창의적인 문구로 조율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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