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김정은 대리전 양상
"양보는 없다" 인내심 줄다리기
'2+2 고위급' 사흘째 답보
朴 "확실한 사과·재발 방지 중요"
北 "확성기 방송 중단" 되풀이만
일부 진전 시사… 극적 타결 기대도
북한의 무력 도발로 인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 해소를 위해 열린 남북 2+2 고위급 접촉이 24일에도 종일 진통을 겪었다.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남북 협상을 지휘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양보도, 포기도 없는 줄다리기를 한 탓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등 남측 대표단은 북한의 목함지뢰ㆍ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고,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비서 등 북측 대표단은 북한의 소행을 부인한 채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만 줄기차게 주문하면서 양측이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23일 오후3시30분에 재개된 2차 접촉은 24일 오후 6시 현재 26시간 넘게 계속됐다. 22일부터 약 10시간 동안 진행된 무박 2일의 1차 접촉까지 합침면 남북 대표단은 약 40간 동안 얼굴을 맞대고 피말리는 샅바싸움을 이어갔다. 남북이 이처럼 협상을 오래 끈 전례는 거의 없다.
이날 접촉에서도 북측은 대북 심리전용 확성기 방송 중단만 줄기차게 고집했고 우리 측은 지뢰 및 포격도발에 대한 사과 내지는 유감표명을 우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이날도 “우리가 사과하러 내려온 게 아니다. 사과할 수도 없다”고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대표단의 줄다리기는 사실상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대리전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협상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무엇보다 지뢰도발을 비롯한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못박은 뒤 “(북한이 사과ㆍ재발방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2+2 접촉 결렬을 감수하고라도 북한의 사과를 받고 대북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협상의 가이드라인이자 김 위원장에 보내는 강경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실시간 훈령을 받아 협상에 임한 북측 대표단은 우리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북한이 최근 도발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최고 존엄인 김 위원장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북한이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협상장 주변에서는 막판 타결에 대한 기대감도 번졌다. 핵심 의제인 DMZ 지뢰도발 사과와 확성기 방송 중단 문제를 두고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밤샘 협상이 이틀 연속 진행되는 것으로 볼 때 합의문안을 놓고 조율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난 주말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에서 연이틀 밤을 새워 논의했고 현재 합의 마무리를 위해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 말해 합의 도출 가능성이 주목된다.
남북은 또 최근 한반도 긴장 상황 이외에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5ㆍ24 조치 해제ㆍ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여러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합의 도출을 위해 다각적 협상을 벌였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 당국자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남북 양측의 인식 차가 좁혀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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