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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 라오스 잡는데 기성용이 필요한가

입력
2015.08.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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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오스 대표팀 감독과 수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도 그와 대화를 나눴는데 ‘한국을 상대로 골문 앞에 단순히 버스를 주차하지는 않겠소. 우리는 버스를 3대 주차할 예정이오’라는 말을 들었다. 라오스 같은 작은 국가가 강팀을 상대하는 방법은 그것뿐인 듯했다. 축구적인 관점에서 보면 라오스는 매우 작은 나라다. 제대로 된 경기장은 2개뿐이고 하나의 인조잔디 구장이 있을 뿐이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은 여행하기에는 좋은 곳이지만 축구적인 환경은 매우 열악할 뿐이다.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팀의 그 어떤 팀이라도 라오스와 상대해서 지기는 어렵다. 패하는 경우가 나온다면 그 팀은 매우 심각한 문제에 빠져있는 것이다!

라오스가 화성에서 원하는 일은 망신을 피하는 것뿐이다. 3~4골 차이의 대패가 아니라면 그들에게는 좋은 결과로 여겨질 수 있다. 라오스가 이 기회에 아시아 축구 강국의 수준과 시설에 대해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라오스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현대적인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이 경기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과 부딪혀보고 이러한 축구 세계도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한국과 최고 축구 강국의 격차가 10이라 할 때, 라오스와 한국의 격차는 100이다(블랙번 로버스조차 라오스는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기성용은 9일(한국시간)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와의 개막전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그러나 전반 41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다. SBS 방송화면 캡처.
기성용은 9일(한국시간)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와의 개막전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그러나 전반 41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다. SBS 방송화면 캡처.

이러한 팀과의 경기에서 기성용이 굳이 나올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기성용은 현재 아시아가 보유한 최고의 미드필더지만 지금 그가 등장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며칠 더 쉬는 게 옳다고 여겨진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난 2경기를 뛰지 못했다. 이러한 선수를 화성까지 불러 라오스전에 대비하게 하는 게 효과적인 일인지 모르겠다. 라오스는 기성용이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다.

지난 2년 동안 기성용이 얼마나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왔는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2014 월드컵을 남미에서 치른 뒤 다시 6개월 뒤에는 호주에서 아시안컵에 참여했다. 출전 시간도 상당해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지만 프리미어리그로 복귀, 스완지의 중원을 이끌며 큰 활약을 했다.

너무 많이 뛰었고 이동 거리도 상당했다. 특히 영국에서 한국으로 날아오는 비행은 정말 쉽지 않은 코스다. 시간대를 몇 개나 지나야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다. 박지성의 경우에서도 봤듯, 몇 번의 왕복만으로도 몸에 상당한 무리가 갈 수 있다. 지금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의 긴 시즌을 앞에 두고 있으며, 대표팀에서도 주어진 임무가 크다.

보유한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한국 대표팀의 권리이자 임무다.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은 선수의 피로가 누적되고 몸상태가 무거울 때 발생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기성용의 체력을 아껴두면 월드컵 예선 후반부의 진짜 중요한 상황에서 그를 제대로 활용할 확률이 올라간다. 장기적인 관점의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스완지에서 그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은 기성용의 한 시즌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차라리 기성용을 레바논전에서 합류시키면 그래도 나은 선택이 아닐까? 라오스전에서는 기성용이 나설 필요가 없지만 베이루트에서의 경기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우리 모두 베이루트와 레바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지 않은가?

베이루트의 경기장은 매우 거친 분위기를 제공할 수 있기에 기성용처럼 팀을 컨트롤하는 존재가 필요할 수 있다. 레바논도 환경적 분위기를 등에 업고 거친 축구를 펼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 기성용이 있으면 볼 소유권을 훨씬 부드럽게 지켜내며, 홈 어드벤티지를 누리는 레바논의 공격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 기성용에게 이러한 역할을 할 경험과 기술이 있음은 이미 확실히 증명됐다.

슈틸리케호의 경쟁체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시아 최고의 미드필더 기성용을 아무 때나 쓸 필요는 없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슈틸리케호의 경쟁체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시아 최고의 미드필더 기성용을 아무 때나 쓸 필요는 없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국에서 레바논까지 비행은 거리도 짧고 시차 문제도 훨씬 수월하다. 런던-서울-두바이-베이루트의 여정과 런던-베이루트의 여정에는 큰 차이가 있다. 추가로 5일을 더 쉴 수 있기에 100%에 가까운 몸 상태로 대표팀을 이끌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라오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 명단에 23명이 있으나 22명이 있으나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나는 지금이라도 기성용이 스완지에서 며칠 더 몸을 추스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지구의 절반을 도는 여행을 한 뒤 5일 동안 2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은 기성용을 활용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아니다. 게다가 상대가 라오스이니 더욱 그렇다. 기성용의 중요성을 고려해 월드컵 예선 후반부까지 생각해야 한다. 레바논전에 합류시키는 것은 괜찮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축구 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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