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여러 채널 통해 압박
南과는 수시 접촉하며 협의
북한이 19년 만에 남북합의문서에 유감을 표명한 것을 두고 중국의 배후 역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반도 긴장이 계속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부득이하게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불참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중국이 막후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을 것이란 추론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 소식통은 25일 “중국이 북한 도발 이후 베이징에 있는 주중북한대사관과 평양에 있는 주북중국대사관 등 다양한 외교 통로를 통해 매우 엄중한 중국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계획을 발표한 당일 오후 북한이 포격 도발을 한 데 대해 매우 불쾌해 했던 것으로 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전승절 열병식을 코 앞에 앞두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데 대해 중국으로서는 수수방관하고 있을 순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체들은 경고성 논조의 글을 잇따라 내놓으며 정부의 불편한 심정을 대변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24일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킴으로써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가를 막으려는 세력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중국은 도박을 한 세력을 들춰내진 않겠지만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중국 외교부 공식 성명은 북한의 체면과 반발을 우려해 남북한 양측의 자제를 당부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성명에서 ‘유관 방면’ (有關方面ㆍ관련 있는 쪽)’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한 것은 직접 북한을 직접 지목한 건 아니지만 북한의 도발이 명백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북한을 가리킨 것이란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특히 중국이 그 동안 한반도 긴장 고조 시 ‘유관 각방’ (有關各方ㆍ관련 있는 모든 당사자) 의 책임 있는 행동을 주문하며 남북한 나아가 미일까지 겨냥한 용어를 써온 것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표현이었다는 평가다.
중국이 북한을 여러 채널로 압박했다는 것은 북한이 중국을 겨냥한 듯한 반박성 성명을 낸 데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은 21일 “우리는 수십년간 자제할 대로 자제해 왔다”며 “지금에 와서 그 누구의 그 어떤 자제 타령도 더는 정세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최근 북중 관계가 계속 냉각돼 왔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엔 한계가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오는 10월 노동당 창당 70주년 행사 시 중국 고위급 인사의 참석을 요청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도 중국의 당부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북한을 압박하는 한편 우리와는 긴밀하게 협의했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이 총력을 다해서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고 박 대통령의 참석이 고도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긴장이 고조됐던 만큼 중국측과 수시로 접촉하며 관련 사항들을 협의했다”고 답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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