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들 상봉 기대감 고조
전화 문의에 발걸음도 이어져
시민ㆍ사회단체와 일반 시민들은 남북이 25일 오랜 협상을 통해 군사적 대치 상황을 극복하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공동합의문에 이산가족 상봉행사 추진, 민간교류 활성화 등 양측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내용이 대거 포함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2월 이후 끊겼던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재개될지 모른다는 소식에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들의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는 하루 종일 상봉 신청을 문의하는 실향민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평소 1,2명에 불과했던 방문자는 매 시간 10여명을 상회했고, 적십자사 직원들도 관련 문의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김호원(83)씨는 “지금까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산가족에게 양보를 하기 위해 상봉 신청을 안 했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적십자사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정자(88ㆍ여)씨 역시 동생들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했다. 1948년 결혼을 하면서 고향인 함경남도 단천을 떠나 서울로 왔다가 가족과 헤어진 이씨는 “2000년부터 3년 전까지 매번 신청서를 냈다”며 “가장 최근 들은 가족 소식이 벌써 15년 전이라 이번에는 꼭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90세의 고령인 외할아버지를 대신해 적십자사를 방문한 강지연(34)씨는 “할아버지가 수차례 상봉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뒤로 크게 낙담해 건강까지 부쩍 안 좋아지셨다”며 “올해 추석에는 할아버지의 숙원이 꼭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로 불안에 떨어야 했던 시민사회는 고위급 접촉 결과를 대체로 긍정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남북이 대화와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직장인 차원호(29)씨는 “매번 북한의 군사도발 때마다 북측에 끌려 다니는 모습이었는데 이번에는 북한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 낸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닷새간 대피소에서 숨죽인 북한 접경지역 주민들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박용호(58) 이장은 “오랜 대피소 생활로 마을 주민들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는데 이젠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우리 군 관측소(OP)에서 2㎞ 거리 안에 있는 강화군 교동면 인사리의 황기환(51) 이장은 “주민들이 고추를 따고 말리는 등의 일상으로 돌아오게 돼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서해 5도 어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나흘째 전면 통제됐던 조업이 이날도 태풍으로 무산되자 아쉬움을 나타냈다.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 고성군 명파리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종복(60)씨는 “2008년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문닫는 업소가 속출하고 젊은이들은 고향을 떠나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며 “금강산관광도 반드시 재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는 이날 남북합의를 계기로 10월 북한 선수단을 초청,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추진하고 단절된 남북 관통 철도노선 복구를 정부에 요구하는 등 남북교류 협력사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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