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의 틀 필요" 공감대
정치·경제·사회 채널 마련 전기
추석 이산 상봉 추진도 큰 성과
DMZ평화공원 등 탄력 가능성
남북은 25일 끝난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빠른 시일 내 당국회담 개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및 정례화, 민간교류 활성화’ 등의 남북관계 개선 합의사항도 도출해냈다. 8ㆍ15 광복 70주년 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되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1년 반 동안 중단되는 등 악화일로였던 남북관계 전반이 활성화하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이다. 다만 청와대, 통일부와 북한 국방위,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 남북 당국회담 정례화가 선행돼야 관계 추가 진전도 가능할 전망이다.
군사 현안 등 다룰 당국회담 틀 필요
남북 공동보도문 6개 합의사항 중 1항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해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한다’였다. 다른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선 남북 당국 간 대화의 틀이 필요하다는 데 양측이 공감했음을 의미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체계화하고 정례화할 것”이라며 “회담 형식이나 누가 수석대표로 나가느냐 등에 대해선 이제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6월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도 장관급 회담이라는 당국회담 틀을 만들어 2000년 7월부터 2007년까지 총 21차례나 이어갔다. 대략 1년에 3, 4회 꼴로 회담을 정례화했던 셈이다. 여기에 남북 경제협력 현안을 다루는 차관급 회담도 정례화했고, 국방장관 회담 등 기타 현안 별로 당국회담을 열었던 전례가 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정부 이후 당국 간 회담이 중단되면서 남북의 시급한 현안을 논의할 틀이 없었다. 또 과거 장관급 회담에 나오던 통전부가 북한의 대남정책을 관장하긴 하나 군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다. 이번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기존 통일부와 통전부의 ‘통통라인’을 넘어 남북 최고 지도자와 직접 연결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라는 새로운 라인이 생긴 만큼 군사적 긴장 완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현안 협의를 위한 다양한 수위의 당국회담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유도해야
합의사항 중 정부가 지뢰 도발 사과 이상으로 심혈을 기울여 따낸 성과는 이산가족 상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현 정부 역점사업으로 삼아 추석, 설 등 계기 때마다 북측의 호응을 촉구해왔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접촉에서 다른 남북관계 현안보다 우선해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필요성을 북측에 설명했고 결국 합의문에 담을 수 있었다. 당국자는 “도발로 인한 사태 해결이 접촉의 목표이자 과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은 우리로 봐선 중요하기 때문에 보도문에 넣었다”라고 전했다.
9월 초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쳐 일정이 확정되면 지난해 2월 마지막 상봉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금강산에서 상봉 행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또 이번 합의에서 ‘앞으로 (상봉을) 계속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의 근거도 만들어뒀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13만여명이었지만 이미 6만3,000여명이 숨졌고, 생존자도 54.3%가 80대 이상 고령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례화, 수시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남북은 또 공동보도문 6항에서 민간교류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남북 경원선 연결을 비롯해 체육 및 문화 교류 등이 힘을 얻게 됐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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