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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프로듀서’ 아이유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5.08.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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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속에 MBC ‘무한도전-영동 고속도로 가요제’가 끝났고, 음원차트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곡은 아이유와 박명수의 ‘레옹’이다. 박명수가 이전 가요제에서 ‘바람났어’, ‘I got C’등도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하면서 그의 음악적 감각이 대단하다는 반응도 있다. 박명수가 가요제를 위한 신나는 곡을 아이유에게 주문했기 때문에 아이유가 ‘레옹’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신나는 곡을 만들자는 이야기 정도를 한 것으로 곡에 큰 공헌을 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따지면 그는 아이유의 곡을 무대에서 더 신나게 끌고 가자며 무리하게 리믹스 할 것을 주장, 곡을 망칠 뻔하기도 했다.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보여줬듯, ‘레옹’은 박명수가 주장한 리믹스를 곡 중간에 집어넣지 않고도 충분한 호응을 끌어냈다. 박명수가 주장한 리믹스는 무대가 다 끝난 뒤에 시간을 두고 나왔다. 애초에 넣지 않았다 해도 관객의 반응과 큰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레옹’은 신나는 곡이기는 하지만 박명수가 말처럼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EDM(Electric Discharge Machining)은 아니었다. ‘레옹’은 사실 상당히 복잡하다. 아이유가 어쿠스틱 곡으로 종종 선보이곤 하던 산뜻한 느낌에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요소를 섞었고, 듣다 보면 재즈 요소까지 넣었다. 이런 곡을 모두가 무대에서 화려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던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발표한 것도 대담하지만, 아이유는 이것을 귀에 곧바로 들어오는 자신의 음색과 도입부의 멜로디로 대중적인 접점을 만들었다. 곡의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바뀌는 순간 ‘티키타’ 같은 센 발음으로 박명수의 랩에 임팩트를 주기도 한다. 뜯어보면 어려운 요소들을 자신과 박명수의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인기까지 얻었다. ‘레옹’은 아이유가 직접 작곡했고, 가사는 혼자 썼다. 그는 이 곡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야할지 명확히 알고 있었고, 실행에 옮겼다.

'무한도전' 한 장면.
'무한도전' 한 장면.

그러나 아이유의 진짜 퍼포먼스는 ‘레옹’이라는 곡과 무대 보다 이 곡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는 곡을 만드는 과정이 공개되고, 그만큼 뮤지션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멤버와의 갈등이 있다 해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어렵고, 멤버에게 자신의 음악을 강권할 수만은 없다. 음악적으로 ‘무한도전’ 멤버가 참여해서 더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아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박명수가 EDM을 고집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끌어 나갔다. 박명수가 아이유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부를 것을 요구했지만, 아이유가 끝까지 ‘선생님’이라고 부른 것은 단지 호칭 문제가 아니다. 박명수가 아이유의 ‘오빠’가 되는 순간 그들의 사적인 관계는 보다 가까워지는 것이 되고, 그만큼 박명수가 일의 영역에서도 쉽게 들어 갈 수 있다. 하지만 아이유는 ‘선생님’을 유지하면서 박명수를 존중하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음악을 만들 때 언제나 한 쪽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좋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결과물을 보면 아이유의 선택이 옳았다.

☞ 무한도전 박명수-아이유 '레옹'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 이전에도 아이유는 이미 대단했다. 송 라이팅 능력과 스타성을 모두 가졌다는 점에서 이미 지금 음악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뮤지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아이유는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다. 파트너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곡을 만들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음악적 방향을 유지하며, 그것을 결국 파트너가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게다가 자신이 콘셉트를 제안하고, 자신과 파트너 모두 무대에서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곡을 조율한다. 지금 아이유는 사람들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대단할지도 모른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레옹' EDM 버전

강명석의 '아이돌 피디아' ▶ 모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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