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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 김] 참 기분 좋은 간식, 카스텔라

입력
2015.08.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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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엔 ‘양과자’라 불리는 것들이 있었다. 예전엔 유명했지만 지금은 프랜차이즈 빵집들에 밀려 드물게 보이는, ‘뉴욕제과’나 ‘독일빵집’ 등에서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았다. 가격도 비싼 편이어서 선물로 받지 않으면 맛보기 힘든, 나름 귀한 과자였다.

양과자는 한과류에 반대되는 것들을 통칭하는 말인데 이를테면 케이크, 쿠키, 사블레(모 제과회사에서 만드는 상품명이 아니라 식감이 바삭바삭하고 거친 버터쿠키로, 프랑스어 Sable의 원래 뜻은 모래) 등등이 있다.

그 중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양과자는 카스텔라다. 지금까지도 전문점이 성업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양과자이기도 하고, 어릴 적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카스텔라를 맛본 건 네댓 살 때 어머니가 신문지를 밑에 깔고 만들어주신 카스텔라다. 어머니께서 작은 가정용 오븐에서 구워주시던 카스텔라는 달걀과 밀가루를 넣은 후에 빵틀 아래에 신문지를 깔아서 만들었는데, 카스텔라가 완성되면 아래에 붙어있는 신문지를 떼어내고 먹었다. 요즘 시판되는 제품에 붙어 있는 투명하고 얇은 종이 대신 신문지를 사용했던 것이다. 우리 집만의 특별 간식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내와 친구들도 그런 식의 카스텔라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카스텔라. 요즘엔 스폰지케이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카스텔라. 요즘엔 스폰지케이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카스텔라는 스페인 카스티야 지방을 포르투갈어로 읽은 것인데, 당시 포르투갈의 카스텔라는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것과 많이 다른 컵케이크의 일종이었다. 이것이 일본에 들어오면서 전혀 다른 형태와 맛으로 발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포르투갈엔 카스텔라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달콤하고 폭신한 이 스폰지 케이크는 정작 일본의 나가사키가 고향인 셈이다.

카스텔라는 어릴 적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셨던 것처럼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오랜만에 레시피를 소개한다.

준비물: 달걀 8개, 백설탕 260g, 소금 2g, 꿀 80㎖, 우유 40㎖, 식용유 40g, 럼주 20㎖, 박력분 280g, 베이킹파우더 2g, 굵은 황설탕 약간, 카스텔라용 나무틀, 유산지

1. 계란은 분리한 뒤에 알 끈을 제거하고 흰자는 냉장, 노른자는 실온 보관한다

2. 꿀, 우유, 식용유는 모두 섞어서 끓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게 데운다

3. 박력분, 베이킹파우더는 체로 쳐서 준비 해 놓는다

4. 나무틀에 유산지를 깔고 모든 벽면에도 붙인다

5. 오븐은 180도로 예열한다

6. 흰자는 거품기 혹은 핸드믹서로 치면서 설탕과 소금을 약 3번에 나눠가며 넣어 부드러운 머랭(medium pick)을 만들어 준다(머랭 뿔이 설 정도만 친다)

7. 머랭에 달걀 노른자를 넣고 살살 섞어준다(거품을 내는 것이 아니고 섞어주는 것)

8. 데워둔 꿀, 우유, 식용유와 럼을 ‘7’에 넣으면서 핸드믹서나 거품기로 잘 섞는다

9. 체로 쳐 놓은 박력분과 베이킹 파우더를 ‘8’에 아주 살살 섞어준다

10. 굵은 황설탕을 나무틀 바닥에 뿌려준 후에 반죽을 나무틀에 부어 넣고 틀을 두세 번 정도 살살 바닥에 내려쳐서 공기를 빼준다

11. 예열되어 있는 오븐에 약 10분간 굽고 150도로 온도를 낮춰서 35-40분간 굽는다(이쑤시개 등으로 찔러서 반죽이 묻지 않으면 완성)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제과제빵은 음식과 달리 수학과 과학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용량만 잘 맞추면 오히려 쉬울 수 있다(이해를 돕기위해 일본에서 만든 카스텔라 만들기 영상을 첨부했다).

곧 살랑거리는 바람이 부는 가을이다. 슬슬 단풍놀이를 준비할 때란 뜻이다. 단풍놀이에 달콤한 간식이 빠지면 서운하다. 지금부터 카스텔라 만드는 연습을 해서 실전 단풍놀이 때 짠하고 선보인다면, 분명 멋진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막간 꿀팁을 드리자면, 카스텔라는 꺼내서 약간 식힌 후 랩으로 꽁꽁 싸서 냉장고에 하루를 보관했다가 먹으면 더 촉촉하고 풍부한 맛이 생긴다.

방금 전 어머니께 ‘옛날 신문지 카스텔라를 어떻게 만드셨냐’고 여쭤봤다. 웬 생뚱맞은 질문이냐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웃으셨다. 하긴 35년 넘게 지난 일이니 레시피를 기억하시는 것도 무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 우리 형제들이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것만은 또렷이 기억하셨다. 참 기분 좋은 간식이다.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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