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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접촉, 꽉 막힌 분위기 뚫어준 ‘화장실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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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접촉, 꽉 막힌 분위기 뚫어준 ‘화장실 협상’

입력
2015.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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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장서 北 대표단 잔뜩 경직

靑 “CCTV 없는 곳서 얘기해 봐라”

김관진 실장에 지시 상당한 성과

22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시작된 남북 고위급 접촉. 왼쪽 위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통일부 제공
22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시작된 남북 고위급 접촉. 왼쪽 위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통일부 제공

무박 4일 진통을 겪었던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꽉 막힌 분위기를 시원하게 뚫어준 것은 ‘화장실 협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청와대의 아이디어로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실시간 중계되는 폐쇄회로TV(CCTV)의 눈을 피해 속내를 터놓고 협상해보라는 지시였다고 한다.

27일 여권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접촉 초반 북측은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도발을 완강히 부인해 논의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협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청와대가 새로운 지시를 보냈다. 이 관계자는 “중간에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CCTV가 없는 화장실이나 다른 방에 가서 얘기를 좀 나눠보라는 뜻을 전해 실제 (화장실에서) 중요한 얘기가 많이 오간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가 보기에 북측 대표단이 무척 경직돼 제대로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회담장 천장에는 CCTV가 설치돼있어 청와대는 물론 북측의 주석궁에서도 협상 상황을 볼 수 있다. 상부의 눈을 벗어나 양측 수석 대표가 속내를 털어놓고 협상할 수 있는 장소를 활용하라는 조언이었던 셈이다.

‘화장실 협상’이 수 차례 오가면서 굽힐 줄 몰랐던 북측의 태도도 시나브로 누그러졌다는 후문이다. 지뢰 도발을 완강하게 부인하던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남측 대표단은 이 발언을 사실상의 도발 인정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초반 공전을 거듭하던 양측은 점점 접점을 찾아갔고 결국 극적인 타결까지 이뤄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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