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개선 이례적 유화 제스처
중앙군사위 일부 위원 경질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번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과 관련해 “화를 복으로 전환시키는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어야 한다”고 밝혔다고 북한 매체들이 28일 공개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북 회담 직후 합의 준수 의지를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향후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이번 합의에 대해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북남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밤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를 주재한 이후 일주일 만에 나타나 대남 유화 제스처를 내보인 것이다.
특히 25일 합의 직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27일 김양건 대남 비서가 나서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언급한 데 이어 김정은까지 직접 8ㆍ25 합의를 평가하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향후 전개될 남북 당국회담 국면을 자신이 직접 주도하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합의 이후 후속 조치와 관련해 속도조절에 나선 우리 정부를 향한 견제구 성격도 짙다.
김정은은 또 이날 회의에서 중앙군사위 일부 위원들을 해임 및 임명하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구체적인 인사 명단이나 조직개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뢰 도발 지휘라인에 있는 인사들의 문책성 경질이 확인될 경우 대남정책 기조 전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숙청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 기존 군사위원 교체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김정은의 발언에 대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강조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스스로 ‘8ㆍ25 합의가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울 전환적 계기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평가한다”며 “북한이 앞으로 스스로 합의한 내용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기대하고,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관계 출구를 찾기 위한 틈새를 열어놓기 시작한 단계”라며 “이제부터 남북의 진짜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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