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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 손흥민, 왜 하필 토트넘에 갔을까

입력
2015.09.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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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방식의 이적이었다. 루머도 없었고 에이전트나 구단이 이적을 부정하는 기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이적이었다. 어느 날 손흥민은 독일이 아닌 잉글랜드에 가 있었고 입단 발표 기사가 떴다. 인터넷 시대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새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며칠 전만 해도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것이라 상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손흥민을 영국에서 보게 되어 즐거운 마음이다. 독일에서 5시즌을 보냈기에 이제 변화가 나와야 할 시점이기도 했다. 다른 국가에서 다른 팀들과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해야 하는데, 모든 과정이 손흥민을 위한 새로운 테스트로 다가갈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이 무조건 더 낫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잉글랜드리그와 독일리그는 각각의 특징과 장점을 갖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뛰던 손흥민(23)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했다. 토트넘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손흥민에 대한 이적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 5년이고, 이적료는 3,000만 유로(약 403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등번호는 7번을 받았다. 토트넘 공식트위터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뛰던 손흥민(23)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했다. 토트넘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손흥민에 대한 이적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 5년이고, 이적료는 3,000만 유로(약 403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등번호는 7번을 받았다. 토트넘 공식트위터

여러 측면에서 보면 프리미어리그가 더 규모가 큰 무대다. 손흥민이 잉글랜드에서도 스타로 이름을 날리게 되면 전 세계가 그를 주목하게 될 것이다. 명성과 인기도에서 분데스리가는 프리미어리그에 대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면 리버풀로 가기를 기대했었다. 리버풀은 최근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깊은 역사를 가진 전통의 명문 클럽이다. 또한 안필드는 팬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축구장 중 하나다. 그리고 손흥민은 리버풀의 새로운 영웅이 될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잉글랜드에서 태어난 사람이기에 분데스리가보다는 프리미어리그를 더 자주 시청한다. 따라서 손흥민을 잉글랜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마음이 든다.

손흥민이 아시아 축구 선수에 대한 영국인들의 시각을 확실히 바꿔줄 수 있기도 기대한다. 영국 사람들은 여전히 아시아 선수에 대한 이미지로 ‘박지성’을 떠올린다. 강한 체력, 에너지, 팀워크 능력을 갖고 있지만, 화끈하고 창의적인 공격력은 부족하다는 편견이 아니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도 잔혹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음을 증명할 능력이 있다. 나는 이번 이적의 최대 장점으로 이러한 면을 꼽고 싶다. 손흥민의 잉글랜드 진출을 통해 영국, 유럽 그리고 전 세계가 아시아 선수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수년째 그러한 모습을 보여 오지 않았나? 하지만 아까도 언급했듯, 독일에서의 활약과 EPL에서의 활약은 ‘주목’과 ‘관심’의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손흥민은 아시아 축구와 한국 선수를 더 ‘폼나는’ 존재로 만들어줄 수 있다.

여러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이번 토트넘 이적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토트넘이 진정한 빅클럽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토트넘도 이제 규모가 커졌고 명성도 강화됐지만 런던 북부에 위치한 그들의 본거지를 딱히 좋은 지역이라고 하기 어렵다. 토트넘은 잉글랜드에서 6번째 구단이라고 생각한다.

맨시티가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토트넘이 톱5에 들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경기장에서는 3만 6,000명의 관중이 매우 만원을 이루고 팬들의 수준도 높은 편이다(원정 팬들의 숫자도 괜찮다). 경기장을 5만 명으로 증축해도 다 찰 것으로 생각된다(구단은 증축 계획도 갖고 있다).

토트넘은 언제나 공격 축구를 추구하는 팀이었고 그러한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 왔다. 우승을 하는 팀은 아니지만 토트넘의 축구가 지루했던 적은 거의 없다. 영국 인터넷에 올라온 토트넘 팬이 손흥민 입단에 대해 남긴 글이 인상적이다.

‘손분데스리가에서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하고도 팀은 패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토트넘 선수로 딱 어울리지 않나요?’

레버쿠젠은 손흥민에게 좋은 팀이었다. 리그 우승에 도전하지는 못했지만 매년 챔피언스리그에 나갔기에 젊은 손흥민에게는 긍정적인 배경을 많이 만들어줬다. 이러한 팀을 떠나는 것은 더 앞으로 나가는 계기가 되어야 하고, 한 단계 높은 엘리트 구단으로 가야 한다.

이는 독일, 잉글랜드 리그의 문제가 아니다. 팀 자체의 위상과 현실에 관한 이야기다. 토트넘이 레버쿠젠보다 더 빅클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보면 그렇겠지만 최근에는 어떠한 결론을 내려야 할 지 모르겠다. 토트넘은 게속해서 5~6위를 차지하는 팀이고 챔피언스리그 출전은 단 한 번뿐이다 (2011년 8강까지 갔을 때는 꽤 짜릿한 경기들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못하는 독일 클럽에서 잉글랜드의 비슷한 팀으로 옮겼다고 해도 조금 실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출전팀에서 그렇지 않은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토트넘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려면 아스널-맨유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손흥민 정도의 실력자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없는 팀으로 간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챔스 출전팀에서 아닌 팀으로 갔으니 더욱 문제가 있다. 벨기에나 네덜란드의 챔스 출전 팀에서 토트넘으로 간 것이라는 괜찮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는 분데스리가 상위권 팀의 공격수였기에 이야기가 다르다. 프리미어리그에 간것 까지는 좋았으나 손흥민의 잠재력과 검증된 실력이라면 토트넘보다 한단계 높은 빅클럽으로 가는 게 옳았던 것 같다.

손흥민을 잉글랜드에서 볼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 크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축구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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