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간 숨겨진 비경… 5km에 도전
"남북이 함께 스포츠행사 개최하며 민간 교류 늘려 눈높이 맞춰나가야"
“참가자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통일을 이루는 작은 불씨가 되길 기대합니다.”
오는 6일 강원 철원군에서 열리는 제12회 철원 DMZ 국제 평화 마라톤에 참가하는 찰스 헤이(50) 영국대사는 2일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5㎞ 코스를 택한 헤이 대사는 “세계 곳곳을 달려봤지만 이번 대회는 대중에게 쉽게 공개되지 않는 장소에서 열리는 만큼 특별히 기대가 크다”면서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하며 최대한 천천히 뛸 생각”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헤이 대사는 마라톤 풀코스를 여러 차례 뛸 만큼 달리기를 즐긴다. 2000년 영국마라톤 대회를 완주하고 나서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는 그는 지금까지 모두 3번의 풀코스 마라톤과 1번의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마라톤을 매우 대중적인 스포츠로 여겨 누구나 인생에 한번은 풀 코스 마라톤을 해보자는 생각을 한다”면서 “막상 완주를 해보니 힘든 만큼 뿌듯함과 자부심이 커 자연스럽게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헤이 대사는 완주한 마라톤 대회 중 런던마라톤을 기억에 남는 대회로 꼽았다. 매년 4월 셋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런던마라톤은 뉴욕, 보스턴, 로테르담 마라톤과 함께 세계 4대 마라톤 대회에 속한다. 그는 “런던 마라톤은 다른 마라톤 대회보다 시민 축제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매년 수많은 인파가 각종 장식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데 당시 나도 기린옷을 입고 참가해 완주의 기쁨을 맛봤다”고 회상했다.
헤이 대사가 이번에 택한 구간은 DMZ 남방한계선 바로 밑에 위치한 평화광장을 출발해 동송저수지, 평화전망대 입구를 거쳐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이 지역은 61년간 거의 일반에 개방되지 않았던 곳으로 곳곳에 비경이 많아 국내외 마라토너들이 환상의 코스로 꼽는다. 민통선 지역 방문이 처음이라는 헤이 대사는 “여러 분단 국가를 방문할 때마다 서로 가까운 데도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 아팠다”면서 “그럴수록 분단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헤이 대사는 통일의 단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마라톤 행사가 큰 몫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무너졌듯이 한반도 통일도 머지 않은 미래에 갑작스럽게 올 수 있다”면서 “통일을 대비해 남북이 함께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고, 민간의 교류를 늘려가면서 서로 눈높이를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마라톤 골인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현재 달리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괴로운 순간을 견디고 한걸음씩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결승점이라는 희망을 보게 되지요. 남북의 오랜 염원인 통일도 그렇게 다가오고 있는 것 아닐까요.”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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