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화장실서 방화 시도 전력… 허술한 학교 보안 다시 도마에
서울 양천구 A중학교에서 부탄가스를 폭발시킨 뒤 범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충격을 준 이모(15)군이 범행 이후 자신이 다니던 서초구의 B중에서 2차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군이 B중에서 방화를 시도한 전력이 있는 등 꾸준히 인격장애 성향을 보여왔지만 사전에 범행을 예방하지 못한 교육 당국의 대응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이군은 경찰 조사에서 “현재 재학 중인 B중에서 2차 테러를 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A중에서 1학년을 마친 뒤 서초구 소재 B중학교로 옮긴 이군은 교우관계가 원만치 않아 학생들을 혼내줄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으나 보안이 철저해 범행 장소를 A중으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이군은 공격성이 강하고 여러 인격 성향을 보이는 ‘해리성 장애’를 앓고 있으며 이로 인해 B중에서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그는 전학을 간 B중에서 상담 도중 “찔러 죽이고 싶다”는 말을 했고 학교 측은 이 사실을 부모에게 통보했다. 이후에도 이군은 주위에 비상식적인 얘기를 자주하는 등 불안감을 야기해 등교정지까지 당했다. 급기야 6월에는 학교 화장실에서 휘발유가 든 물총으로 쓰레기통에 불을 내려 했지만 학교 측이 조기에 발견해 무위에 그쳤다.
교육당국은 이군의 이상행동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방화 미수건은 교육적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군이 여러 차례 공격적 발언을 해 가족에게 심각성을 알리고 병원 치료 등을 안내했지만 강제할 권한은 학교에 없었다”며 “불안 증세를 보이는 학생을 관리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일선 학교의 허술한 보안 관리도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건 당시 해당 중학교 경비실에는 전직 경찰 출신의 ‘배움터지킴이’ 한 명이 배치돼 있었으나 이군의 출입과 범행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보안관이나 지킴이 제도는 외부 어른의 출입은 막아도 학생들이 계획한 교내 범죄까지 예방하기 어렵다”며 “교육 당국의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날 이군에 대해 폭발성물건파열죄와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