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극하면 긴장고조 불가피
8·25 합의 동력위해 대화 분위기를
한중 협력·중국의 대북 억지력
美 동아시아 전략에 이득 설명 필요
日엔 中과 갈등 조정자 역할 모색
설득, 유인, 중재의 전략 가다듬어야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반기 외교전이 2, 3일 한중 정상회담과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의 우려를 무릅쓰고 방중하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더 험난하다. ‘박근혜식 전략적 균형 외교’는 이제 막 닻을 올렸을 뿐, 이어지는 외교 일정에서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을 상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대북관계 개선이 동북아 신질서의 시험대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후 외교 전략은 대일, 대북 강경 노선을 고집하고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같은 큰 그림 제시만 되풀이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이후 한일관계 ‘투 트랙(과거사와 교류협력 분리)’ 개선 방향을 중심으로 외교 밑그림이 재조정되면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까지 한 고비는 넘겼다.
박 대통령은 나아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동북아 신질서를 적극적으로 열어 젖혔다. 하지만 동북아 질서 재편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특히 북한은 새로운 질서를 향한 길의 최대 변수다. 8ㆍ25 합의로 훈풍은 불고 있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위태롭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당장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3일 북한의 비무장지대 도발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한중 정상회담 발언을 문제삼아 “해외 행각에 나선 남조선 집권자가 우리를 심히 모욕하는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 지각도 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는 8ㆍ25합의 후속 조치인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및 남북 당국회담의 향방에 좌우될 공산이 커 보인다. ‘(김정은) 참수작전’ 등 당국자들의 북한 자극 발언이나 대북 전단살포 등이 계속된다면 북한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돌입으로 맞설 공산이 크다. 중국과 함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며 압박한 것도 살얼음판 같은 남북관계 지형을 뒤흔들 요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자신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중국을 만나 박 대통령이 조속한 한반도 통일 발언 등을 하면 북한은 흡수통일 의도라며 자극될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대북정책을 조언했다.
주도적ㆍ적극적 균형외교로 미중일 견인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기초로 미국을 설득하고, 일본을 끌어내는 것도 박근혜 외교의 핵심 과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점화한 ‘주도적 외교’의 결과로 만들어진 동북아 신질서에 여하히 대처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당장 미국을 상대로 ‘중국경도론’을 설명하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 특히 동북아 평화를 위한 ‘중국역할론’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9월 미중, 10월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한중협력과 중국의 대북 억지 견인 역할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도 이득이 된다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0월 말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도 우리의 외교력을 극대화할 기회다. 이번 열병식 이후 중국 내 민족주의 분위기에 불이 붙으며 중일 역사갈등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도 한중 밀착 등에 초조한 반응을 보이는 만큼 한국이 중국의 일본 때리기에 가세하는 대신 중일 갈등 조정자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이달 말로 예정된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와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교수는 단기적 외교 일정의 목표로 “북핵 해결을 고리로 미중일 관계 전반이 개선되는 흐름 쪽으로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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