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 비정상적 세포 증식, 수정란 착상 막아 불임 원인
체중 10㎏ 늘면 발병률 20%↑, 월경 과다·생리통 땐 의심을
임신을 계획 중인 30~40대 여성 중 어릴 적 초경이 빨랐거나, 비만하거나, 가족 중 자궁근종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자궁근종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자궁근종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불임이나 유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자궁근종이 생겨나면 자궁내막에 변화가 와,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하기 힘들거나, 한 개 이상의 난관이 근종에 눌리거나 막혀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민선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 층을 이루는 평활근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으로 발생하지만,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의료계에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초경을 빨리 시작하거나 비만할 경우, 20대부터 자궁근종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체중이 정상 체중보다 10kg 초과되면 자궁근종에 걸릴 확률이 20% 정도 상승한다고 말한다. 또 자궁근종을 앓은 가족력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궁근종에 걸릴 확률이 2.5배나 된다. 경 교수는 “과거에 비해 신체가 발달해 초경을 빨리 시작하고,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률이 높아져 30~40대 가임기 여성들이 자궁근종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궁근종 전체 환자 중 30~40대 환자비율은 66.7%( 30대 9,090명ㆍ40대 5만6,630명)에 이른다.
만일 최근 서너달 사이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졌거나, 생리과다와 함께 없던 생리통이 발생했을 경우 자궁근종을 의심해야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월경 과다가 지속돼 빈혈이 생기면 빈혈 초기에는 피로감, 주의집중력 저하 등 증상을 보인다”며 “심할 경우 심부전으로 증세가 악화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자궁근종을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출산연령이 예전 20대에서 최근 30~40대로 올라가면서 과거 자궁적출이 대세를 이뤘던 치료방법도 자궁을 보존하는 최소침습적 근종절제술로 전환되고 있다. 이인호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가임기 여성의 경우 수술 부위가 넓지 않으면 근종만 제거한다”고 했다. 경 교수는 “과거에는 개복수술, 복강경 수술이 보편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로봇수술을 선택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자궁근종은 치료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아 사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 교수는 “수술 환자의 20~40% 정도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자궁근종 크기가 변화하지 않고, 월경과다 등 증상이 동반되지 않으면 수술을 하지 않고 추적관찰만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은실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근종이 한 번 발생한 여성에서 재발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질적으로 자궁근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여성들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임신 전 자궁근종절제술로 근종을 제거하면 자궁파열 위험이 있어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자궁근종 예방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산부인과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자궁근종 검사는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가 시행하는 자궁 초음파는 국가검진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가검진 시 시행하는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를 받으면 자궁근종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 이들도 많은데, 자궁근종 유무는 산부인과 초음파검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