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에버랜드에 위자료 지급ㆍ가이드북 차별 표현 수정 주문
지적 장애가 있는 아동의 놀이기구 이용을 막은 에버랜드의 조치는 장애인 차별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이태수)는 4일 홍모ㆍ신모군 등 지적장애 아동 2명과 부모 4명이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제일모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에게 각 300만원, 부모 4명에게 각 100만원씩 지급할 것을 제일모직에 주문했다.
홍군의 부모 등은 지난해 6월 지적 장애 1·2급인 자녀를 데리고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리조트에서 놀이기구 ‘우주 전투기’에 탑승했다가 제지 당했다. 지적 장애인은 해당 놀이기구를 안전상 이유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었다. 부모들은 “연간회원으로 4년 이상 같은 놀이기구를 이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놀이기구 안전 가이드북에는 ‘정신적 장애가 있으신 분은 보호자가 동반하여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반면, 키 110㎝ 미만 비장애 어린이는 보호자와 함께 탑승이 가능했다.
결국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못 태운 부모들은 “장애인 차별행위로 겪은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고 가이드북의 차별적 표현을 삭제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아이와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장애 유형을 특정해 지적 장애인은 전부 자신의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불리한 대우를 표시·조장하는 광고도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지적 장애인도 보호자를 함께 타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지적 장애가 있다고 탑승을 거부한 것은 비장애인에게 제공하는 것과 동등하지 않은 수준의 편익을 제공해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소송이 제기되자 에버랜드는 가이드북 문구를 ‘정신적 장애가 있으신 분은 탑승 전 근무자에게 먼저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바꿨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신적 장애가 있으신 분’을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탑승시 자신의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분’으로 수정하라고 주문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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