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공개 안해 은폐 논란도
지난달 남북 고위급접촉 당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던 북한의 무인기를 전방에 배치한 열영상장비(TOD)로 촬영한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군 당국이 육안과 레이더로는 탐지가 불명확해 요격하지 못했다는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군은 아직까지 TOD화면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은폐 논란도 일고 있다.
합참 정보본부 관계자는 6일 “당시 촬영한 TOD영상을 보면 형체를 알아볼 정도로 선명해 북한의 무인기라는 점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며 “무인기 사진을 여러 장 뽑아 진작에 윗선에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TOD는 적외선을 감지해 영상으로 촬영하는 장비로, 최대 15㎞까지 포착이 가능하다.
당시 군은 대공경계태세를 발령하고 코브라 헬기와 F-15K, KF-16전투기를 긴급 출격시키며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지난달 22~24일 북한 무인기가 매일 한두 차례 MDL을 넘어 심지어 철책 경계부대인 우리측 GOP까지 내려와도 끝내 발사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상공에 안개가 많이 끼어 육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레이더에서도 탐지와 소실이 반복되는 바람에 미상의 물체를 타격할 수 없었다”며 사실을 감추는데 급급했다. 북한 무인기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군 당국은 뒤늦게 TOD영상의 존재에 대해 인정했다. 군 관계자는 “TOD영상에 찍힌 북한 무인기를 분석하고 있다”며 “멀리서 점으로 찍혀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며칠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의 은폐논란과 함께 군사기밀 공개에 원칙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비무장지대(DMZ) ‘귀순벨 탈취’ 사건 당시 북한군이 도망치는 모습을 우리측 경계초소인 GP에서 폐쇄회로(CC)TV로 촬영했지만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본보 8월14일자 8면) 반면 지난달 4일 북한이 DMZ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하는 장면은 신속하게 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국방부는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도 TOD영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다 끝내 굴복한 전력이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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