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 운동을 안 하는 사람들의 여러 핑계 중 하나가 “몸이 커지기 싫어서”다. 몸이 커지면 맞는 옷도 잘 없고 허벅지가 더 굵어지면 청바지가 안 들어간다는 것이다. 옷을 못 입을 정도의 근육량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보다는 지방 때문에 맞는 옷이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 골격이 원래 좋아서 기성복을 입기 힘든 사람들이 간혹 있긴 하지만 근력 운동 조금 한다고 해서 오늘 잘 입었던 청바지를 일주일 후 못 입게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근육이 늘어나고 지방이 빠지면 꽉 끼던 청바지가 되려 헐렁해지는 경우가 있다.
나도 한 때 100kg에 육박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허리 사이즈는 36인치. 벨트를 매는 부분에는 아랫배가 삐져나와 있었고 바지 스타일은 허벅지가 들어갈 수 있는 무조건 통이 넓은 바지여야 했다. 허리가 이쯤 되면 바지의 스타일에 신경 쓰기보다는 일단 허리 단추가 잠기느냐 안 잠기느냐, 허벅지가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통이 좁은 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아예 상상도 못했고 스키니진을 입는다는 것은 더더욱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이랬던 내가 헬스보이를 통해 허리는 30인치로 줄고 심지어 스키니진도 소화 가능해졌다(잘 어울린다는 말이 아니라 입을 수 있다는 말이다^^;). 뚱뚱했을 때 전혀 하지 않았던 하체 근력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허벅지를 덮고 있는 지방이었던 것이지 근육 때문이 아니었다. 운동을 통해 근육은 이전보다 발달했지만 과도한 지방이 분해되면서 사이즈가 줄어든 것이다.
사실 근육이란 게 운동 좀 한다고 해서 순식간에 엄청난 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보디빌더들은 맞는 옷이 없을 정도의 근육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프로 아닌가. 자, 만약 허벅지가 더 이상 굵어지면 청바지 입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허벅지를 한 번 꼬집어보길 바란다. 허벅지 근육을 덮고 있는 지방이 많이 잡힌다면 하체 근력 운동을 시작해도 된다. 지금까지 단지 허벅지가 더 굵어지면 청바지를 못 입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하체 근력 운동은 칼로리 소모가 커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적당히 근육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옷맵시가 더 나는 법이다. 물론 나와 같이 신체적 한계로 인해서 옷맵시가 반감이 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이런 나조차도 살이 쪘을 때 보다는 지금이 더 낫다. 살이 쪘을 당시에는 상체 사이즈도 무조건 XL 이상이었고 자켓이나 정장은 제대로 입을 수도 없었다. 맞춰서 입거나 아니면 큰옷을 사서 수선을 해야만 했다. 옷 가게에서 파는 프리사이즈의 옷은 도대체 왜 프리사이즈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사이즈의 옷을 입으면 다 맞는다. 상체에 있는 모든 근육이 전보다 훨씬 발달했는데도 말이다. 이 역시 근육을 덮고 있는 지방이 문제였던 것이지 근육 때문에 옷을 못 입었던 것이 아니다. 근육 사이즈 때문에 옷을 못 입는 일은 운동에 모든 것을 걸어야 가능해질 일이다. 그렇다면 헬스클럽에서 한 달 운동했더니 평소 입던 옷이 작아진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물을 수 있다. 그건 간단하다. 평소대로 먹거나 더 잘 먹으면서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도 늘어나긴 하지만 지방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먹는 것을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지방이 빠져 입었던 옷이 커질 수도 있다. 만약 몸이 지금보다 커지는 것이 목적이라면 평소보다 더 잘 챙겨 먹으면서 운동하면 되겠다.
운동으로 살이 빠졌을 때 가장 기뻤던 것 중 하나가 맘에 드는 옷을 사이즈 걱정 안하고 입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아, 그 쾌감이란.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지 길이를 수선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자, 아무튼 운동하면 몸이 커져서 청바지를 못 입을 거 같다는 이유로 운동을 안 했던 사람들은 이제부터 걱정하지 말고 운동을 시작해보자. 아니면 다른 핑계를 찾아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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