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정지지도 50%대 급상승
8ㆍ25합의 이은 성공적인 방중 효과
北 소외보다 함께 가는 길 고민해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아라. 지금 청와대 분위기가 딱 이러지 않을까 싶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북한 지뢰도발로 초래된 일촉즉발의 안보위기를 대화국면으로 극적으로 전환시킨 데 이어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식 참석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효과다.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남북간 군사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달 21일 34%였던 지지율이 8ㆍ25합의 직후 49%로 뛰었고 방중 후 54%를 기록, 2주 만에 무려 20%포인트가 올랐다.
7일 대구에서 대구시 업무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의 표정은 밝고 자신감에 차 보였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더욱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나가면서 국내적으로 경제활성화와 국가 미래를 위한 개혁을 이루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와 외교의 성과를 내정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외치와 내치의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 같다. 임기 반환점을 막 돈 시점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 4대 개혁과제 추진과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자신감이 좀 지나쳐 보여 걱정스럽다. 중국방문을 마치고 귀국길 기내 기자간담회 발언이 특히 그렇다. “북핵 문제 등을 다 해결하는 궁극적이고 확실한 가장 빠른 방법은 평화통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가능한 조속한 시일 안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시작 될 것”등의 민감한 말을 쏟아냈다. 이 발언들 행간에는 북한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안중에 없다고나 할까.
중국의 극진한 예우를 받고, 톈안먼 성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해 열병식을 지켜보면서 중국과 힘을 합치면 북한 문제쯤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자. 지난번 지뢰도발 위기가 남북간 극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대규모 군사충돌로 번졌다면?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당연 취소다. 신외교니 동북아 신질서에서의 주도적 역할이니 하는 외교성과도 없다. 국정 지지도가 단박에 20%포인트나 뛰는 일도 물론 없었을 것이다.
중국, 나아가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함께 압박한다고 북한 김정은 체제가 순순히 굽히고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북한의 소외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 중 박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 지각도 없는 궤변”이라고 한 반발도 그런 소외감의 반영이다. 내달 시진핑 주석의 방미와 박 대통령의 방미에 이어 10월 말~11월 초 우리 정부 주도로 한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한의 소외감과 고립감은 한층 더해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8ㆍ25합의가 잘 이행될 리 없다. 당장 내달 10일 노동당창건 70주년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4차 핵실험 같은 특대형 도발을 하고 나설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8ㆍ25합의 이후 우리군의‘참수작전’ ‘작전계획 5015’ 등의 언급을 문제 삼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재도발을 할 경우 보다 가혹한 제재와 압박이 가해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예전과 달리 이런 국제사회 움직임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런데 뭐가 걱정이냐고?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북한은 우리만이 갖고 있는 자산이다. 북한을 잘 활용하면 뭐가 좋은지 8ㆍ25합의에 이은 박 대통령의 방중성과가 잘 말해준다. 남북관계의 진전 없이 미ㆍ중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은 크지 않다. 통일대박론과 연해주,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 구상도 한갓 공상에 그치고 만다. 조속한 평화통일 논의를 말하기에 앞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나갈 방안이 급하다. 북한을 소외와 고립으로만 내모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이계성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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