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원칙 등 큰틀에선 이견 없어
서로 요구사항 제시 속 샅바싸움
자정 넘기며 마라톤 협상 강행군
내달 10일 北 노동당 창건일 맞아
장거리로켓 발사 등 변수 소지
남북이 7일 판문점에서 개최한 이산가족 실무접촉은 8ㆍ25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의 첫 후속조치라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간주됐다. 양측 공히 판을 깨기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양측은 ‘무박 2일’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으며 8일 새벽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남북은 상봉 정례화를 놓고 진통을 거듭했고, 북측은 8ㆍ25 합의 이후 우리 군 당국과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문제 삼아 회담 분위기가 경직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 탐색으로 진통
이번 실무접촉은 8ㆍ25 합의 이후 남북이 처음 대면하는 자리인 만큼 일종의 탐색전 성격이 강했다. 양측 공히 8ㆍ25 합의에서 추석 전후 계기 이산가족 상봉 자체에는 원칙적으로 합의했던 만큼 1회성 상봉에 대한 실무 차원의 논의를 어렵게 끌고 갈 이유가 없었다. 지난해 2월 이산상봉행사 전 실무접촉도 4시간여 만에 끝난 전례가 있다.
다만 상봉행사 시기와 관련해 우리 측은 미사일 발사 도발 변수를 감안해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이전으로 최대한 앞당긴 9월 말, 10월 초를 제시한 반면, 북측은 10일 이후를 고집하며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고리로 각자의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떠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생사확인 명단 교환 및 화상상봉, 서신교환, 고향방문 등의 포괄적 의제를 제시하며 큰 틀에서 북측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게 과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연계시키는 전략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 측의 회담 정례화에 대해서는 “실무접촉 의제가 아니다”며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추후 급을 높인 적십자 회담 및 당국간 회담 의제로 돌리는 지연전술로 대응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그간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할 때마다 인도적 지원 등 반대급부를 요구해온 전례가 있다.
지난해 2월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추가적 지원을 받아내지 못한 데 대한 트라우마로 이번엔 상봉 대가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받아내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회담 종료에 앞서 “생사확인 명단도 일단 받아놓으며 여지를 남기되 추가적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 10일 북한 도발, 돌발 악재 가능성
남북 실무접촉 결과와 상관없이 이산가족 상봉은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10월 10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이라도 발사하면, 8ㆍ25 합의에서 대북 확성기 재개 조건으로 규정한 비정상적 사태에 직면해 이산가족 상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설 계기 상봉 직후에도 북한은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등 유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행사에 합의한다 해도 북한이 우리 정부의 언행을 시비 삼아 돌연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2013년 9월에도 실무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날짜까지 다 합의해놓고도 금강산 관광 회담 날짜를 연기한 우리 정부의 태도를 뒤늦게 문제 삼아 나흘 전에 행사를 전격 취소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이 내세운 명분도 우리 언론과 군의 강경 발언 등이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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