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7년간 없어 이견 크고
판 깨기 힘든 절박함 등 영향
깜깜이 회담 탓 추측 양산 비판도
“이번에도 자정 넘길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진행되던 7일 밤, 회담 진행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답변이다. 실제 이번 협상은 회담 시작 24시간을 코 앞에 둔 8일 오전 10시 10분에야 종료됐다. 장장 43시간, 무박 4일이라는 진 기록을 세운 고위당국자 접촉에 이어 실무접촉에서조차 ‘무박 협상’ 트렌드가 계속됐다.
과거에도 남북이 밤샘 협상을 통해 새벽에 합의를 도출하거나, 아예 일정을 연장해 회담을 이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중단 없이 진행하고 끝장을 보고 나온다’는 협상이 거의 일상화했다.
무박 마라톤 협상이 이어지는 배경으로는 남북 간의 판이한 입장 차가 주로 거론된다. 이명박정부 이후 근 7년간 제대로 된 남북 당국간 회담 고리가 끊긴 탓에 양측 공히 해야 할말도, 들을 말도 많은 탓이다. 남북 모두 협상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과거 회담에 임할 때 수가 틀리면 회담장을 박차고 일어서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이번 고위당국자접촉과 실무접촉에 들어선 끝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합의를 이끌어냈다. 최근 우리 측이 원칙과 명분을 앞세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회담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른바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해 제시하는 각인 전략이다.
일각에선 회담 진행상황을 철저히 보안에 붙이는 ‘깜깜이 회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고위당국자 접촉과 마찬가지로 이번 실무접촉 역시 회담 장소인 판문점엔 취재진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은 채 ‘그들만의 협상’으로 치러졌다. 정부는 북한이라는 상대방이 있는 회담 특수성을 감안한 조치라지만, 함구령이 도리어 언론의 추측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는 여론의 지지 없이는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협상 전략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지나친 보안의식으로 투명성이 저해되고 있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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