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9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는 논쟁은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상”이라며 “한국외교의 요체는 미중간 균형이 아니라 남북관계에 있고, 그것이 진정한 이니셔티브”라고 역설했다. 니시노 교수는 또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3년간 서로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어 실패 가능성은 적다”며 “일본은 박근혜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아베 담화에 대해 차분하게 대응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_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은 적절했다고 보나.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적절했다. 원래부터 가려고 했던 것이어서 어떻게 상황을 만드느냐가 중요했는데 남북관계 움직임이 있어 운도 따랐다.”
_이번 방중으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긴다고 보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본다. 이번 방중은 올 가을 줄줄이 이어지는 박 대통령 전방위 외교의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2,3 개월이 한국외교에 중요한 시기며 결정적 계기는 박 대통령의 방미다. 한국 내에서 친미ㆍ친중 논쟁이 일어날 정도이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그걸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_한국의 미중간 균형외교를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외교의 요체는 균형외교보다 남북관계다. 대북관계에 도움이 되는 한미동맹, 한중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는 사고는 한국외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_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국에선 한중일 정상회담을 하고 동북아 외교 주도권을 잡고 이런 논의가 많다. 그러나 북한문제에서 한국정부가 얼마나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는 쪽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는 부분이 진정한 의미의 이니셔티브가 된다. 최근 남북합의가 있었고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고 이제 미국에 간다. 한일 정상회담도 하게 될 것이다. 중국 협력, 미국협력, 일본협력을 다 이룰 기회가 향후 2, 3개월 동안 이어진다. 한국외교의 상당한 호기이자 기회다. 이산가족상봉도 한번 하고 끝나면 의미가 없다.”
_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로 한일정상회담 성사가 기정사실화 됐다.
“정상회담 이전에 한일간 현안에 대한 접점들을 다져놔야 한다. 박 대통령이 6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위안부 협상이 최종단계에 있다는 식으로 밝혔다. 그 말이 그냥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당면 현안들은 양국 정상밖에 풀 수 없다.”
_정상회담의 내용에 따라 한일관계가 다시 퇴보할 가능성도 있나.
“현재로선 없다. 대화가 없던 3년 가까이 일본과 한국은 뭐가 문제인지 서로가 잘 알고 있어 정상회담의 실패 가능성은 낮다. 다만 개선으로 나갈 수 있을지 답보상태로 머무를지는 알 수 없지만 개선 쪽으로 갈 것이다.”
_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아베 담화에 대해 차분하게 반응 했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일본에서는 그 부분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정상회담을 통해 확실히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_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일본정부 입장에선 일본 총리의 사죄, 사죄 편지를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전달, 일본정부 예산으로 위로금 지급하는 이른바 ‘사사에안(案)'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 당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제안)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국 대통령은 성의나 진정성을 말하고 있다. 그 부분에 양국간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일본의 태도가 성의 있고 진정성 있게 다가서야 하고, 받아들이는 쪽도 관용성 있게 응하는 주고받기가 돼야 한다. 이번에 거기까지 갈 환경이 조성될지는 모르겠다.”
_한일 정상회담 한 차례로 반일, 혐한 국민감정이 없어질 수 있나.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이뤄낼지에 따라 다르다. 또 상대국 국민에게 양국관계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양국 언론이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도하느냐도 변수다. 한일관계는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하되 화해의 노력은 계속 해나가야 한다. 한국에겐 동북아에서 한반도의 장래를 내다보는 더 큰 외교가 필요하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정치학과의 교수로 한국 현대정치, 동아시아 국제관계 및 한일관계가 주요 연구 분야다. 2002~2004년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정치부 전문조사원으로 재직했으며,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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