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노사정 협상이 다시 중대 국면을 맞았다. 정부는 10일 노사정 타협이 불발되자 11일 노동개혁 법안 입법 독자 추진을 공식화했다. 노사정 대화와 별개로 14일 당정 협의, 16일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거쳐 노동개혁 5개 법안 단독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사정위가 중간에 타협하면 입법 과정에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기긴 했다.
하지만 막판 최대 쟁점인 일반해고 지침 마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는 양보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협상과 상관 없이 정부 갈 길을 가겠으니 노동계는 백기투항을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최후 통첩인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12일 열리는 노사정 협상 전망이 밝을 리 없다. 노동계가 정부 입장에 반발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달 27일 노사정 협상이 4개월 만에 재개된 이후 정부 여당은 계속 협상장 밖에서 노동계를 자극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협상하는 사이 최 부총리는 외곽 때리기를 계속했다. 그는 수 차례 “(국회 예산안 제출 시한인) 10일까지 타협이 안되면 정부 단독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협상 당사자들은 언급하지도, 합의한 적도 없는 시한을 임의로 못박아 타협을 종용한 것이다. 경제 수장이 이런 식으로 장외 포격을 해대니 장관의 소신 있는 협상이나 원만한 협상 진행은 애당초 무리였다. 오죽하면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나서 “10일 시한을 말하는 정부가 어느 정부인지 궁금하다”며 직격탄을 날리고, 어제 국감에선 “최 부총리는 노동부 총독이냐”는 힐난이 쏟아졌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 부총리나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이 노동개혁 추진을 서두르는 내심이야 이해할 수 있다. 정치적 이유를 떠나 경제 활력을 살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계의 이해와 협조가 없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함을 누누이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만의 노동개혁 추진은 갈등과 충돌과 혼란만 야기할 게 뻔하다. 일반해고나 임금피크제, 파견업종 제한 완화 등 노동개혁 안건들은 모두 노동계의 희생과 양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을 무시한 채 힘겹게 복원한 노사정 협상 테이블을 무력화하는 것은 대화 상대에 대한 배려는 물론 처음부터 대화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벌써 “이럴 거면 노사정 대화를 왜 시작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좀 더 유연한 자세와 집중력으로 노사정 협상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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