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당정이 노동개혁 자체 입법 추진 계획을 밝히며 노동계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선 것은 국회 의사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늦어도 이달 중순 이전에는 법안 발의가 돼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다. 일단 노동개혁 법안이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 되면 이튿날 국회 상임위(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되고, 이후 국회법에 따라 15일간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법안이 상임위에 자동 상정 되려면 30일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런 의사 일정을 고려할 때 9월 중순을 넘기면 10월 말로 예정된 환노위 법안 소위 심사 일정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환노위 여야 간사가 합의할 경우 숙려기간 직후 법안 상정이 가능하지만 이는 기대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데다 조만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여야 간사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노사정 합의가 이뤄질 경우 법안 발의 시점이 다소 미뤄지더라도 법안 소위 심사 일정은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
여기엔 올해를 넘길 경우 노동개혁의 동력이 상당부분 흩어지고 말 것이라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내년부터는 총선(2016년)과 대선(2017년) 이슈가 다른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구조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 합의가 늦어지자 당정이 노동계를 강하게 압박하는 카드로 독자 입법 강행 전략을 꺼내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현대차,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등 대기업 ‘귀족노조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불거지는 것도 당정에 불리하지 않은 여건이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대기업 노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총선을 감안해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면서 “만에 하나 노사정위가 틀어진다고 해도 비난은 정부나 새누리당보다는 노조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정의 이 같은 협상 전략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환노위 구성 등을 감안하면 노사정 합의 없는 노동개혁 입법화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 법제화 등은 중장기 과제로 넘기고 다른 쟁점부터 처리해 합의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환노위는 위원장은 야당 소속이며, 위원 수는 여야 동수이지만 현재 국회 활동을 잠정 중단 중인 이완구 의원을 제외하면 여당 의원이 한 명 부족한 상황이라 야당이 반대하면 노동개혁 입법화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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