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전 인류는 자연 에너지를 이용하며 오랫동안 살아왔다. 나무와 숯으로 불을 지피던 인류에게 석탄과 석유의 발견은 에너지 역사에서 큰 획을 긋는 사건이었고, 이후 인류의 삶은 획기적으로 변했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곧 에너지의 역사이기도 했다.
오늘날 에너지의 패러다임은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준 화석 에너지를 대신한 새로운 대체에너지에 주목하자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대체 에너지를 찾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의 일이다. 브라질은 1차 오일쇼크 이후 에탄올 육성정책인 ‘프로알콜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세계 2위의 바이오 에탄올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독일은 1970년대에 반핵운동을 시작 환경운동이 모체였던 녹색당과 사민당으로 구성된 정권이 등장하면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고 재생에너지 사업 실시하고 있다.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재생에너지에도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 에너지 등 종류가 많다. 그 중에서도 최근 유럽은 바이오 에너지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데, 유럽연합의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 바이오매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0%에서 2020년 24%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바이오 에너지는 사실 인류가 제일 먼저 사용한 에너지다. 인류는 약 50만년 전부터 불을 사용했는데 나무를 태워 연료로 사용했다. 비교적 연소가 쉽고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숯과 같은 연료는 신석기 말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나무를 때며 살았던 인류가 100년 정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다가 환경오염이 되자 다시 예전에 썼던 에너지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형 승용차를 바이오에탄올로 채우는 양을 생산하는데 드는 옥수수는 한 사람이 1년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를 소유한 8억명과 2달러도 못 미치는 일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30억 명이 작물을 놓고 경쟁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정책적으로 밀, 보리와 같은 먹을거리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스웨덴은 전면적으로 이를 중단했고, 미국은 옥수수로 만든 바이오에탄올 생산목표를 2015년 이후부터 동결했다. 대신 최근에는 먹을거리로 쓰지 않는 식물을 원료로 연료 생산하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밀, 보리, 옥수수 대신 볏짚, 밀집, 자투리 목재 등을 활용해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이 덴마크에서 이미 상용화되었고, 자트로파처럼 독성이 있어서 먹지 못하지만 열대지방에 많은 잡초를 원료로 바이오디젤 생산하는 기술, 옥수수대를 활용해 바이오에탄올 생산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에 있다. (▶관련이미지)
바이오 에너지를 통해서 마을 주민들이 전기도 사용하고 난방도 하면서 동시에 가축의 분뇨나 폐기물을 활용해 쓰레기도 줄이는 기술들도 주목할 만하다. 19세기 말, 처음 디젤엔진을 발명했을 때 사용된 연료는 땅콩기름이었는데, 최근 폐식용유나 유채 등을 이용한 바이오디젤 상용화도 진행 중이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는 시내버스들이 폐식용유를 활용해 만든 바이오디젤로 다닌다. 지역에서 수거한 버리는 자원도 활용하고 석유를 대신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관련이미지)
최근에는 바이오 에너지 관련해서 3세대 바이오매스인 미세조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미세조류는 단위 면적당 유지성분의 생산성이 야자나무의 10배 이상이고, 바다에서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토지비용이 안 들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바다를 활용해서 도전해 볼만한 분야다. 우리나라에 많은 미역, 다시마 같은 거대조류도 주목할 대상이다.
이처럼 미래의 에너지는 정말 다양한 신기술들을 활용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많다. 그 중에서도 바이오 에너지는 생활폐기물의 활용이나 미세조류 등과 같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으면서 사회의 다른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멋진 기술이다. 천편일률적인 에너지 정책보다는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에너지 기술을 도입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체계를 빨리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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