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세균 감염으로부터 생명을 구하려고 사용하는 항생제 치료가 청력을 영구적으로 상실하게 할 수 있고, 전신 감염이 있다면 난청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구자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과 피터 스테이저 미국 오리건 청력연구센터 교수팀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가 귀에 있는 달팽이관의 청각세포를 손상해 난청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난청 메커니즘과 이독성 약물의 획기적인 연구로 인정받아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 호에 실렸다.
귀의 청력을 손상하는 대표적인 이독성(耳毒性) 약물인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는 저렴한 가격과 박테리아에 대한 넓은 항생능력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콩팥 기능과 청력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해 뇌수막염이나 결핵, 신생아 패혈증, 낭성 섬유증 등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구 교수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인 겐타마이신이 난청 발생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 메커니즘에 세균 감염이 있으면 부작용이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반적으로 겐타마이신과 같은 이독성 약물은 세포 사이에서 이온이 이동하는 통로로 움직인다. 이런 약물이 이온 통로를 통해 달팽이관의 청각세포에 축적되면 청각세포를 파괴해 난청이 초래된다. 한번 손상된 청각세포는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약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청력을 영구히 손상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세균감염이 있으면 내이(內耳)에 축적되는 약물의 양이 더 늘어나 난청이 심해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한 감염 시 증가하는 염증 매개물질들이 이러한 현상에 관여하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구 교수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가 그 대가로 비가역적인 청력 소실을 초래한다는 것은 가혹하다”며 “이런 약물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과 급성 난청의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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