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집권 3년 차 불통과 오만으로 인한 국정실패는 국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국정실패, 경제실패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모든 힘을 국정감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정부여당의 실정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다수 국민이 제1야당 새정치연합에 바라는 바일 것이다.
국정감사는 야당이 정부여당의 실정을 파고들어 일방적 국정운영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수권정당의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더욱이 이번 국감은 19대 국회 마지막으로 그 성적이 내년 4월 총선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소속 의원들이 국감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특히 문재인 대표가 당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통과에 자신의 재신임을 걸고 나서면서 당의 운명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상태에 빠졌다.
문 대표가 13일부터 진행하려고 했던 재신임 투표를 당 중진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추석 전으로 연기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문 대표의 정면돌파 의지에 변화가 없고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비주류의 반발 구도가 그대로인 한 달라질 게 없다. 수습이 아니라 갈등에 기름을 끼얹는 움직임이 당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13일 문 대표에게 혁신안 통과를 위한 중앙위원회 개최를 연기하고 재신임 투표는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당 밖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호남권 중심으로 신당 창당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15일 가칭 ‘신민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다고 한다.
제1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안팎의 갈등과 분열 움직임을 원만하게 극복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은 치러보나마나 참패다. 1996년 야당이 새천년국민회의와 꼬마 민주당으로 분열해 치른 15대 총선 결과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인구구조 등에서 야당에 훨씬 불리한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내의 각 계파가 힘을 모으고 당 밖의 범야 세력까지 결집해도 새누리당의 상대가 될까 말까 하는 상황이다. 공멸이 뻔히 보이는데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주류니 비주류니 하며 죽기살기로 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야권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혁신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밥그릇싸움이 본질이다. 문 대표는 이런 현실을 냉철하게 인정하고 당내 제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통 큰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 정치력이 없다면 차라리 물러나는 게 자신과 수권야당을 위해 바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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