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30대 직장인이고요. 네 살 어린 여친과 6개월째 연애 중입니다. 여자친구는 저와 많이 다르지만 바로 그렇게 다른 모습에 반해서 연애를 시작했어요. 아는 사람도 많고, 에너제틱하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좋아하고요. 그런데 솔직히 그런 모습이 요즘 점점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여자친구는 주말이면 친구나 지인들과 거의 핫한 라운지나 바 같은 곳에 가곤 합니다. 저와 저녁시간까지 보낸 뒤에 꼭 약속을 만들어 다시 나가는 식이죠. 그냥 조용히 주말을 보내기엔 이 시간이 너무 아깝다나요. 지금까지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여친고 그런 부분은 절대 안심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주말마다 술 마시고 작업하려는 남자들이 넘쳐나는 곳에 여자친구가 가서 있는다는 게 맘이 편치는 않습니다. 그냥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아, '남자들이 넘쳐나는 곳에 네가 가서 논다는 게 맘이 편하지 않아. 그러니까 가지 마"라고 말해도 됩니다. 걱정을 담은 질투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결국 연인 사이니까 할 수 있는 간섭이고 참견 아니겠어요? 때로는 귀여워 보일 수도 있고, 내가 했던 걱정 어린 참견을 듣고 그녀가 '응 그래 이젠 안 갈게'라고 한다면 당신 입장에선 정말 다행이기도 할 테고요. 하지만 어쩌죠. 당신의 서운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은 완전 이해하지만(네, 솔직히 고백할게요! 저라도 제 애인이 매주 저를 두고 친구들과 술집이나 클럽에 다닌다면 화가 날 거에요), 이럴 때일수록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 그런데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당신이 생각하듯 그녀가 술을 자주 마시고, 남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에 간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녀의 행동을 당신이 원하는 대로 교정하는 게 최우선이 아니라고요. 사실 문제의 핵심은 두 사람이 각자의 중요한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상반된다는 것에 있어요. 한 사람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가벼운 교류를 나누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면, 다른 한 사람은 그런 일들에 대해 별로 가치를 두고 있지 않는 듯 보이거든요. 경제적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많은 부분 '나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고 있는가'라는 문제에 맞닿아 있기에, 두 사람은 지금 그저 주말을 따로 보내는 것을 넘어서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아주 많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지금은 그저 주말에 클럽을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작게 부딪힐지 모르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더 치명적인 문제로 서로를 비난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당신은 이미 그녀가 있는 장소를 '술마시고 작업하려는 남자들이 넘쳐나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글쎄요 그녀는 절대 그런 단어들로 그 장소들을 규정하려고 하지 않을걸요? 처음엔 상대방의 색다른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결국 나와 다른 모습을 계속 발견하게 되면서 불평불만이 늘어나는 건, 어쩌면 나에게는 생경한 방식으로 쾌감과 행복을 찾는 상대방에 대한 모종의 질투는 아닐지 잠시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문제가 또 있습니다. 그건 바로 서로의 타협점을 만들어 보기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을 그저 부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죠. 당신은 주말마다 술을 마시는 여자친구의 행동을 부적절한 것으로만 인식하다 보니, 그녀의 생각을 공유할 수도 없었을 테고 그녀의 시간을 함께 사용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그녀의 행동을 부적절하다고 인식하기 보다 '왜 그녀는 그런 시간을 그토록 좋아할까? 어떤 좋은 점이 있길래 그럴까?'라고 생각했다면, 그녀와 좀 더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그녀를 의심하는 일 없이 당신도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녀의 취향이나 생각이 이해될 수 있겠어요? '나는 옳고 상대는 그르다'라고 생각하는 한, 우리는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할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얼마든지 말을 걸 수 있는 장소, 술을 마시고 낯선 남녀들이 서로 교류할 분위기가 되어 있는 장소에 자주 가는 것 자체는 분명히 당신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일이긴 하겠죠. 누구라도 이 문제로부터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글의 맨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저 솔직하게 당신의 불안에 대해 털어놓는 것은 어쩌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되어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녀에게 '넌 꼭 그렇게 술마시러 다녀야만 속이 편하느냐'고 말하며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보다, '솔직히 너를 잃어버릴까봐 겁이 나'라고 불안하고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속내를 꺼내 보이는 것이 훨씬 솔직한 대화법일 테니까요. 불안한 마음과 걱정을 상대에 대한 비난 없이 담백하게 털어놓는 경험은 이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줄지 모릅니다. 그런 불안한 마음을 그녀가 적절히 수용하고, 서로에게 한 발짝 더 신뢰를 줄 수 있는 쪽으로 상황을 만들어 가 보는 경험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요. 처음부터 내 맘대로 움직여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부드럽고 솔직한 컴플레인으로, 이번 고비를 잘 헤쳐갔으면 좋겠네요.
연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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