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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현대미술 서로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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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현대미술 서로 통합니다

입력
2015.09.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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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부장.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부장.

김정희(金正喜ㆍ1786~1856)의 추사체(秋史體)가 박물관이 아닌 현대미술관에 나타났다.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 기획전 ‘브릴리언트 아트 프로젝트 3: 오리지너빌리티’는 김정희의 붓글씨로 시작한다. 사간동 학고재에서는 ‘추사 김정희ㆍ우성 김종영전’이 열린다. 서예와 조각을 병행했던 조각가 김종영(1915~1982)이 자기 작품의 원형으로 완당(阮堂ㆍ김정희의 다른 호)과 세잔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두 전시에 추사 김정희를 “모시고 온” 이는 이동국(51) 예술의전당 서예부장이다. 3월 강남구 신사동의 패션 편집숍 ‘지 라운지’에서 추사의 글씨와 화가 김종학 김호진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 것을 시작으로 추사를 현대미술과 연결하는 일련의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장은 “추사는 지역적 특수성과 세계의 보편성을 조화시켜 중국 본토에서도 부러워하는 서체를 만든 사람이기에 현대미술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은 한국 최초의 서예전문 학예연구사로, 1988년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이 생겼을 때부터 전시 기획을 주도한 ‘서예박물관 지킴이’다. 그는 “오랫동안 서예와 현대예술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일제 36년간 조선의 예술의 맥이 끊어져 한국의 현대미술은 전근대 미술과 단절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에게 끊어진 연결고리를 쥐어준 사람이 김종영이다. 김종영은 ‘완당과 세잔’이란 글에서 “완당의 글씨는 투철한 조형성과 아울러 입체적 구조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장은 “우성이 추사의 작품을 참고하는 것을 넘어서 예술과 학문의 태도를 실천했다”고 설명했다. “추사는 왕희지체를 답습하는 당대의 주류에서 벗어나 더 먼 고전을 탐구함으로써 글씨의 본질로 나아갔다. 우성 역시 추사와 세잔을 함께 연구함으로써 구조의 본질에 천착했고, 결국 불각(不刻ㆍ깎지 않음으로 조각함)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브릴리언트…’ 전시 기획은 설치미술작가 최정화와의 인연 덕이다. 이 부장은 “가장 현대적인 작업을 하는 최정화가 서예에 관심을 둔다는 것을 처음엔 나도 믿지 않았다”며 “최정화의 쌓아 올리는 작품은 키치예술을 추구한다기보다 전통미를 참고한 일종의 기원 의식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내년 2월 리모델링을 마치는 서울서예박물관의 재개관전과 2018년 로스앤젤레스카운티박물관(LACMA)에서 열리는 한국 서예전에 제공할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서울서예박물관 전시는 한국 서예의 역사를 정리하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대의 맥락과 연결된 서예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과 당대를 하나의 글자로 녹여냈던 추사의 자세가 우리 서예에 필요해요. 그 대화의 장을 서울서예박물관에 만들고 싶습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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