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시계로 자신의 장기를 새 학교 선생님들에게 자랑하고 싶어하던 미국의 무슬림 고교생이 이를 폭탄으로 오해한 학교와 경찰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 사회에 뿌리내린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혐오증)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지역 신문인 댈러스 모닝 뉴스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인근 위성 도시 어빙의 매카서 고등학교 9학년(한국의 고교 1학년)인 수단 이민자 출신 가정의 아흐메드 모하메드(14)는 이틀 전 취미로 집에서 만든 시계를 학교에 가져갔다가 험한 꼴을 당했다.
이를 폭탄으로 인지한 교사가 경찰에 신고한 바람에 수갑을 차고 청소년 유치장에 갇혔다가 풀려났다. 학교는 그에게 사흘간 정학 처분을 내렸다.
시계일 뿐이라는 모하메드의 강변에도 경찰은 제작 의도가 분명하지 않다며 동기를 계속 조사함과 동시에 모하메드를 가짜 폭탄 제조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학기에 고교에 진학한 모하메드는 댈러스 모닝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 선생님들은 내가 무엇을 할 줄 아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알려주려고 시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로봇 조립에 특기를 보인 모하메드는 14일 등교해 전날 밤 뚝딱 만든 시계를 기술 교사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그러나 교사의 반응은 모하메드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계를 보고 아주 훌륭하다던 그 교사는 모하메드에게 “다른 선생님에게는 시계를 보여주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가방에 시계를 넣어둔 모하메드는 하필 영어 수업 시간에 시계에서 알람이 울린 탓에 이를 선생님께 보여주고 말았다. 시계를 본 영어 교사는 모하메드를 보며 “폭탄 같은데”라고 물었고, 모하메드는 “폭탄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영어 교사가 이를 학교 교장에게 보고하고, 교장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출동한 경찰은 수업을 받던 모하메드를 교실 바깥으로 끌어내 조사했다. 교장은 모하메드에게 자세한 진술서를 쓰지 않으면 학교에서 쫓아내겠다고 위협했다. 폭탄을 만들려고 했느냐는 경찰의 추궁에 모하메드는 줄기차게 시계를 만들려고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이 시계를 위험하다고 볼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도 모하메드가 시계 제작과 관련해 전모를 털어놓지 않았다면서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모하메드의 부모와 이슬람계 미국인 공동체는 분노를 느끼며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하메드의 아버지 모하메드 엘하산 모하메드는 “아들은 사람들을 위해 좋은 물건을 만들었을 뿐”이라면서 “그러나 모하메드라는 이름, 그리고 2001년 9·11 사태에 따른 이슬람 혐오증 탓에 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어빙 시 정부와 당국의 태도를 볼 때 무슬림에게 적신호가 켜졌다며 비우호적인 미국민의 시선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아흐메드 모하메드를 지지한다는 해시 태그를 붙이고 이번 사태를 개탄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 소식을 접한 뒤 트위터에 “추정과 두려움은 우리를 안전하게 하지 못하고 도리어 방해할 뿐”이라며 모하메드를 응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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