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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 김] 가성비 만점… 도전! 홍합요리

입력
2015.09.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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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기 시작했다. 아직 낮에는 여전히 여름 같고 밤이 되어서야 가을을 느끼지만 이런 날씨에 꼭 생각나는 것이 포장마차다. 젊은 날을 그런 포장마차에서 보낼 기회가 없었기에 뒤늦게 한풀이라도 하는 걸까? 한편으론 쉴 새 없이 달려드는 모기도 이때쯤부터 좀 누그러져 들어 야외에 앉아 있기가 좋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 지인들과 들르는 실내 포장마차에는 여름에는 보이지 않다가 이맘때부터 상에 올라오는 안주거리가 몇 가지 있다. 큼지막하게 썰어주는 11월의 방어, 집 나간 며느리 드립의 전어, 초장과 함께 나오는 석화, 구우면 기름이 자글자글 올라오는 삼치 등이 가을과 겨울을 기다리게 만든다. 이런 메뉴 중에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해산물이 홍합이다(2위인 이유는 연탄불에 굵은 소금을 뿌려 구워주는 꽁치는 내 인생의 안주에서 끌어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을과 겨울의 메뉴 중에 홍합을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좀 의아해 한다. 가장 저렴한 해산물을 좋아하는 요리사라니 좀 모양이 빠진다고 생각하나 보다. 사실 홍합은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양을 다듬어야 했던 해산물이기에 한동안은 쳐다 보지 않았던 조개였다.

홍합은 담치, 섭, 합자, 열합 등등 지방마다 각기 다른 이름이 있지만 한반도 어디서든지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다. 10월부터 12월, 길게는 1월까지가 제철인데, 5월부터 9월 사이의 홍합은 산란기로 이때는 삭시토닌(Saxitoxin)이라는 독소가 들어있어서 피하는 것이 좋고, 2월부터 4월까지는 산란기 전이기에 조금 살이 퍽퍽하다. 보통 속이 빨강색을 띄고 있는 것이 암컷, 흰색이 수컷인데 10월부터 1월까지는 색과 성별에 상관없이 살이 실하고 향이 진하다

'가성비'가 높은 재료로 훌륭한 음식들을 척척 만들어 낸다면 만족감은 두 배가 되는 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성비'가 높은 재료로 훌륭한 음식들을 척척 만들어 낸다면 만족감은 두 배가 되는 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홍합은 무게당 가격이 싼 편이고 육수나 육질 모두 쓰임새가 많다. 벨기에나 이탈리아, 네덜란드 혹은 프랑스식 해산물 요리에는 빠지지 않는 단골 재료다. 유럽뿐만 아니라 호주를 비롯한 오세아니아 지방에서 나오는 초록입 홍합(Green Mussel)은 크기가 어른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로 흔히 중국집 짬뽕 속에서 볼 수 있다. 또 캐나다 동부의 작은 주인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서 키우는 홍합은 P.E.I Mussel이라고 해서 조금 작지만 살이 많고 향이 진해서, 스튜를 끓이거나 훈제로 보관했다가 먹기도 한다.

양식의 성공에 힘입어 홍합은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시장에 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니다. 홍합을 씻다 보면 양식용 끈이 딸려오기도 하고, 수염도 빼내거나 잘라내야 한다. 게다가 껍질이 깨지기라도 하면 그 단면이 날카로워서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골라내야 하며, 혹시나 하나라도 썩은 홍합이 나오면 그 냄새가 아주 지독해서 다른 홍합에까지 퍼지기도 한다. 홍합을 다듬는 날 아침은 새벽같이 가게에 나가서 하나하나 씻고 끈을 빼고 껍질을 검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하루에 손질하는 양이 약 40L짜리 냄비를 채울 정도였고 약 2시간에서 3시간은 족히 걸려 진저리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풍부한 맛을 지닌 홍합을 포기할 순 없다. 요리사 입장에선 가성비가 좋은 이 식재료들을 어떻게 사용할까 늘 궁리하곤 한다. 서양식 조리법이나 포장마차에서 쓰는 방식으로밖에 먹을 수 없는 걸까? 그래서 작년 가을에 우연히 개발한 간단한 홍합 레시피 하나를 적어 볼까 한다.

1. 우선 간장게장을 먹고 남은 국물을 버리지 말고 거기에 물엿이나 요리당을 국물의 반 정도를 넣어준다.

2. 1에 매운 꽈리고추나 마늘을 넣고 조금 끓으면 불을 줄인다.

3. 2에 살을 발라 놓은 홍합이나 물에 불려 놓은 말린 홍합을 넣고 국물이 아주 졸아 들 때까지 저으면서 졸인다.

4. 밥 반찬이나 술안주로 사용한다.

몸에 정말 좋은 건 보약이 아니라 계절 음식이라고 하는데 이번 가을엔 홍합으로 몇 가지 음식에도전해 보면 어떨까?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런 식재료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보면 요리의 즐거움이 배가되지 않겠나. 사실 정말 즐거운 건 이제 곧 홍합과 마늘, 파, 고추만을 넣어 맑게 끓인 홍합탕에 소주 한 잔을 할 수 있는 계절이 온다는데 있지만 말이다.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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