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머리 물건너가
정치생명 건다했으니 입장 밝혀야"
서청원 등 최고위원들 金대표 압박
당내선 전략공천 필요성 공공연
'친박 대선후보론'까지 솔솔
"유대 다음 무대 손보기" 시각도
새누리당 내 친박계의 ‘무대(김무성 대표) 옥죄기’가 시작되는 조짐이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물 건너간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데 이어 김 대표의 대선후보 불가론까지 꺼내 들며 압박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유대(유승민 전 원내대표) 다음은 무대’라는 말로 비유됐던 친박계의 당 장악 작전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친박계, 에둘러 ‘공천권 협상’ 신호
친박계의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17일 김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서자마자 기자들을 만나 “오픈 프라이머리가 물 건너간 건 정치권이 다 안다”며 “본인이 (오픈 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으니 이제는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날 전략공천 20%를 포함, 100% 일반 시민 참여 경선을 원칙으로 하는 공천안을 통과시킨 점을 감안하면 여야 동시 예비선거는 무산됐다는 얘기다. 해석에 따라서는 거취를 포함한 김 대표의 책임까지 추궁하는 말로도 들렸다.
최고위 시작 전 의례적으로 갖는 티타임에서도 긴장감이 흘렀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례적으로 “오늘 회의에서 이렇게 밝힐 예정”이라면서, 모두발언을 미리 읽었다. “새정치연합의 공천안은 반개혁적, 반혁신적 제도”라며 “새누리당은 공천권을 국민에 돌려주는 게 최고의 정치개혁이라는 입장에 변함없다”는 요지였다. 이에 이인제 최고위원과 서 최고위원이 “우리 역시 어서 공천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 생명까지 건다고 했으면 야당에 끌려 다닐 게 아니라 어서 대안을 내라”는 취지로 김 대표를 압박했다고 한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다른 최고위원들이 침묵하면서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당내에선 최근 잇단 친박계의 공개 발언을 사실상의 김 대표를 향한 ‘공천권 협상’ 신호로 받아들인다. 특히 친박계는 경선이나 예비 선거 없이 후보를 낙점하는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서 최고위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여당 만의 오픈 프라이머리로는 야당 성향 유권자의 역선택을 막을 수 없는 데다 강북 등 야당세가 강한 서울에선 전략공천만이 살 길”이라며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이길 후보’를 전략공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친박계 의원 역시 “김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안을 내놓으라는 뜻”이라며 “김 대표의 책임론은 그 다음 문제”라고 밝혔다.
●비박계 고사작전 시작됐나
비박계는 친박계의 움직임을 ‘비박계 고사작전’으로 해석한다. 비박계의 한 3선 의원은 “이른바 ‘유승민 축출 파동’ 때부터 공공연하게 나돌았던 ‘유대 다음은 무대’ 시나리오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사위의 마약 사건 등으로 입지가 어려워진 틈을 타 ‘친박 대선후보론’을 흘리면서 본격적인 흔들기에 나섰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 레임덕을 우려한 친박계가 김 대표를 조기에 끌어내린 뒤 여당의 권력 지형을 청와대 중심으로 다시 짜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내 약속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는 것이고,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해 에둘러 불쾌감을 내비쳤다.
청와대 역시 난감해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노동개혁 등 국정과제 추진에 매진해야 할 때”라며 “윤상현 정무특보의 ‘친박 대선후보론’은 이해할 수 없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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