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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다이어트 세계와 그 적들

입력
2015.09.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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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큰 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다이어트를 하려는 자아와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자아와의 치열한 싸움이 밤낮으로 계속 된다. 다이어트를 하려는 자아의 의지가 더 강하다면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또다시 다이어트는 내일, 아니 내년을 기약하게 된다.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자아에게는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다. 바로 내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다. 항상 밥을 같이 먹는 동료들과 외로움과 기쁨을 함께하는 술친구들, 그리고 가장 무서운 지원군은 항상 자식걱정을 하는 우리들의 ‘엄마’ 이기도 하다.

다이어트의 현장은 두 개의 자아가 치열하게 싸우는 전쟁터다 . 게티이미지뱅크
다이어트의 현장은 두 개의 자아가 치열하게 싸우는 전쟁터다 . 게티이미지뱅크

내가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어도 갑자기 친구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툭 던지는 한마디에 무의식 중에 같이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주변에서 매운 떡볶이를 먹자고 하면 “나 다이어트 중인데” 라고 입으로는 말을 하고 있지만 내 발은 어느새 친구들과 함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가서 조금만 먹어야지’하고 다짐을 하지만 매운 맛이 혀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특히 떡볶이 안에 들어있는 김말이와 만두, 튀김의 공격이 시작되면 우리 몸은 또다시 지방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다. 지방이 이미 내 배를 점령했지만 이것들은 끝도 없이 쌓여만 간다. 바로 우리가 ‘다이어트 워’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강한 의지로 다이어트를 해서 뱃살이 줄고 얼굴이 홀쭉해지기 시작하면 패배를 맛본 다이어트 방해 세력들은 극단의 공격을 시작한다. 바로 ‘엄마 공격’ 이다. 이건 내가 당한 공격 중에 가장 힘들었던 공격이기도 하다. 살이 좀 빠지는 가 싶으면 집에서 엄마가 “너 요즘 왜 이렇게 말랐니?”, “다이어트도 적당히 해야지 그러다 쓰러진다”, “사람이 밥을 그렇게 안 먹으면 되겠니” 라며 뭐 좀 먹으라고 음식 준비태세를 갖춘다. 이렇게 엄마의 공격으로 무너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장소 또한 최종 목적지인 집이라 어디 피할 곳도 없다. 엄마는 항상 우리가 평소보다 살이 빠지거나 다이어트로 인해 피곤해 하는 얼굴을 보이면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 뭐라도 먹이려고 하신다. 밖에서는 친구, 집에서는 엄마. 자, 그렇다면 이런 상황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내가 다이어트를 마음먹었으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미리 알리고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난 이제 다이어트를 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살이 빠질 때까지 너희들과 맛있는 것들을 함께 할 수 없다’고 비장하게 선언을 해야 한다. 분명 친구들은 ‘웃기지 말라’며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방세포를 함께 나누던 친구가 갑자기 탈퇴를 선언한다면 친구들도 살짝 당황해서 어느 정도 방어태세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무슨 다이어트냐?’ 며 웃으며 가볍게 넘기려 할 수 있다. 여기에 절대 넘어가면 안된다. 태도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비장하게 선언해 놓고 곧바로 어물쩡 같이 뭔가를 먹으러 가면 절대 바뀔 수 없다. 처음엔 힘들겠지만 친구들이 뭔가를 먹으러 가자고 얘기하면 “난 다이어트 중이라 안갈래” 라고 확실하게 말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친구들도 어느 순간 받아들일 것이다. 밤에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도 다이어트 중이라 갈 수 없다고 확실하게 얘기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어떻게 그러냐고? 지금까지 안 그랬기 때문에 지방이 우리 몸을 점령 한 것이다. 친구들을 갑자기 ‘적’ 취급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충분히 이해를 시키라는 얘기다. 진짜 내 친구라면 오히려 이해해주지 않을까? 내가 살이 쪄서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겠다는데 도시락 싸들고 말릴 친구들은 없을 것이다. 친구도 같이 살이 쪘다면 함께 다이어트에 동참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엄마, 이제 저 다이어트 해요. 자꾸 맛있는 걸로 유혹하지 마세요"라고 당당하게 요청하자. 게티이미지뱅크
"엄마, 이제 저 다이어트 해요. 자꾸 맛있는 걸로 유혹하지 마세요"라고 당당하게 요청하자. 게티이미지뱅크

간혹 ‘다이어트 하다가 친구들을 잃는 것 아니냐’ 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말하면 그건 내가 하기 나름이다. 내가 한창 다이어트를 할 때 매일 보는 동료 개그맨들에게 “난 이제 살을 빼야 하니 함께 먹을 수 없다” 고 선언을 했을 때 동료들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열심히 운동하고 살이 빠져가는 내 모습을 보고나니 오히려 ‘아, 진짜구나!’ 라고 받아들이고 오히려 나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기 시작했다. 내 의지를 확실하게 몸으로 보여주면 친구들도 받아들이게 된다. 그동안 내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해서 친구들도 가볍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이 떡볶이 먹으며 수다 좀 안 떤다고 혹은 같이 술 먹으며 밤을 지새우지 않는다고 해서 그동안 쌓아왔던 관계가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는다. 같이 꼭 뭔가를 맛있게 먹고 술을 함께 마셔야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어느 정도 내가 다이어트에 익숙해지면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도 얼마든 절제할 수 있다. 그러니 대인관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내 몸부터 걱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내 몸이 건강해지면 대인관계도 더 좋아질 수 있다.

자, 이제 집에 가면 끝판왕 ‘엄마’ 가 계신다. 엄마에게도 무턱대고 짜증내다 등짝 한 대 맞지 말고 진지하게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해보자. 다이어트에 조금은 지쳐 있는 자식에게 하얀 쌀밥과 김치찌개 보다 현미밥이나 고구마 또는 닭가슴살이나 연어에 각종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를 내어 주실 수 있도록 말이다.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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