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년 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2008년은 K리그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지 못한 해였다. 당시 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이 바로 감바오사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K리그의 챔피언스리그 기록은 환상적이다. K리그는 유럽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방식으로 아시아 축구를 지배해왔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가 타이틀을 공평하게 나눠 가진 듯하지만,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가장 앞을 이끌었고 다른 리그들이 그 뒤를 따르는 모습이었다.
운만 조금 따랐으면 더욱 굉장한 일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성남은 2004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이길 자격이 있었고, 2007년에도 결승에 매우 근접했었다. 파이널에만 나갔다면 이란의 세파한은 충분히 잡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2011년의 전북도 마찬가지였다. 알사드와의 경기를 지배했으나 승부차기에서 패했고, 2013년의 서울도 매우 아쉬웠다. 서울이 우승컵을 잡지는 못했으나 그렇다고 서울이 경기에서 패한 것도 아니었다. 서울이 스스로의 경기력을 조금 더 믿고 광저우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아시아 정상은 그들의 몫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더 공격적으로 나가지 않은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금까지 12번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있었고, 한국은 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일이 제대로 풀렸다면 6번 아니 8번의 트로피도 가능했던 게 K리그의 챔스 역사다.
이번에는 전북이 스스로를 4강 무대에서 내쫓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렇게 수비 공간을 비워두는 모습이 놀랍게까지 보였다. 감바 오사카는 실제로 득점하기 전에도 골에 가까운 그림을 만들어내며 전북을 위협했다. 전북의 분명한 실수였다. 이로 인해 전북과 대한민국 K리그는 아시아 정상 탈환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렇다고 아주 걱정할 문제도 아니다. 4강에 올라가지 못한 것이 큰 뉴스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은 한국 프로축구의 꾸준함과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말해주고 있다. 실패도 아니다. 7시즌 만에 처음으로 4강 진출 팀이 나오지 못했는데 이를 놓고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
K리그 클래식 구단들은 앞으로도 몇 년 동안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K리그가 챔스를 지배하는 시간은 끝났다고 보는 게 객관적일 듯하다. 놀라거나 슬퍼할 일도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어차피 ‘황금시대’는 언젠가 끝이 나게 되어 있으며 그게 세상의 이치다. 또한 다른 쪽에서 치고 올라와야 서로 경쟁하며 건전한 발전이 가능해진다.
한 가지 분명한 이유는 역시 중국의 자금력이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파워에 대해서는 이제 우리 모두가 잘 안다. K리그의 모든 팀은 광저우의 브라질 4인방 중 한 명이라도 보유할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해할 것이다. 다음 시즌에는 상하이 SIPG가 아사모아 기안과 그와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을 영입해 광저우의 뒤를 따를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중국 축구의 위협은 광저우 에버그란데로부터만 나오지 않는다.
빅클럽만 그런 것이 아니다. 슈퍼리그의 중간급 구단들도 K리그 클래식 선수들을 충분히 유혹할 수 있고, K리그의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에두가 있었다면 전북이 이렇게 허무하게 탈락했을까? 축구의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에두가 있었다면 전북의 공격력 자체의 무게가 달랐을 것이다. 특히 전반에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일본 팀들도 아시아 무대에 더욱 집중하는 추세다. 과거 J리그 클럽들은 챔피언스리그보다 J리그에 더 비중을 두었다는 주장을 하곤 했다. 몇몇 경우에는 사실인 것도 같았지만, 그러한 주장의 대부분은 패배와 실망스러운 경기력의 변명으로 사용되었다.
이제는 일본에서 챔피언스리그의 비중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J리그 내의 치열한 우승 레이스 때문에 강팀들이 챔스에 온 힘을 기울이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2013년의 서울과 2011년 전북도 비슷한 예다)
하지만 J리그 전기-후기리그가 다시 도입되자 일본 팀들도 챔피언스리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전후기리그 제도에서는 1~2번의 리그 경기를 쉬어갈 여유가 생긴 것이다. 모든 경기에 100% 전력으로 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들이 만들어졌다.
아시아 축구의 수준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이제 태국 팀들도 과거보다 훨씬 나은 축구를 구사한다. 중동에서도 UAE 구단들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며, 카타르의 구단은 물론 사우디의 전통적인 강호들도 여전한 힘을 유지하는 중이다.
한국에 의해 지배되는 챔피언스리그는 축구계의 건강을 위해 그리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우리의 기분은 좋았지만, K리그의 지배가 끝나는 것이 축구판 전체를 위해서 더 나은 일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축구의 미래에도 도움이 된다. K리그의 챔스 황금기는 끝났고 언젠가는 일어나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 축구 팬들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른다.
축구 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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