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출시 3주 만에 40만장… 오프라인 결제 내세워 인기몰이
네이버·신세계·롯데도 줄줄이
"간편결제 제휴 안할 수도 없고, 특정 플랫폼 종속될까 걱정되고…"
카드사들은 불편한 심정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SSG(신세계)페이, L(롯데)페이….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각종 ‘페이’(Payㆍ간편결제서비스)들에 카드업계가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간편결제서비스는 휴대폰 같은 단말기에 카드정보를 미리 입력해 놓고 결제 시 최소한의 과정만 거치도록 하는 것. 지난해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IT기업, 유통 대기업 등 업계를 막론하고 새 브랜드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0일 출시된 삼성페이는 온라인 중심의 기존 간편결제서비스와 달리 오프라인(업소에 설치된 카드 단말기에 접촉시켜 결제) 시장을 공략하면서 빠른 속도로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각종 페이 서비스에 일단 ‘제휴’를 택했지만 카드사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다양한 간편결제서비스 확대가 소비자 편의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수수료 부과 등 추후 불거질 수 있는 문제들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페이처럼 특정 결제 플랫폼이 지배력을 키울 경우 카드사 전체가 여기에 종속될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페이 등록 카드 수는 서비스 출시 8일 만에 20만장, 3주 만에 40만장을 돌파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한두 달 내 100만장 돌파는 물론, 연내 200만장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벌써 7억5,000만~8억원에 이르는데, 이 또한 등록 카드수 증가와 함께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페이가 이처럼 흥행할 수 있었던 건 마그네틱(MST),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결제방식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어 전국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편리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삼성페이의 인기몰이에 당장 난감한 문제에 봉착했다. 현재 삼성페이에는 신한 삼성 현대 등 8개 카드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삼성페이로 결제하면 해당 카드사들이 각자 제휴업체들과 맺은 할인 등 부가 서비스 외에 OK캐시백, 해피포인트 등 가맹점 개별 포인트들은 적용되지 않는다. 삼성페이가 보안을 위해 결제 때마다 일회용 가상카드번호(토큰)를 생성시키는데, 할인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결제정보와 실제 카드번호 대조 과정이 가상카드번호에 막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부가 서비스를 지키기 위해 삼성페이에서 빠지자니 대세에서 소외될까 두렵고, 삼성페이에 한해 부가서비스 제공을 포기하자니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카드사들은 일단 임시방편으로 OK캐시백 등 제휴 서비스가 삼성페이에서 일부 제한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또 포인트 적립에 한해 고객의 결제정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대조해 카드 내역 청구 전에 반영하고 있지만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장기적으론 카드사가 삼성페이 같은 특정 결제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은 간편결제서비스 도입의 초기단계지만 머지않아 시정 점유율을 기준으로 유력 ‘페이’가 결정될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 전망이다. 이 경우 덩치를 키운 일부 결제 플랫폼이 카드사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카드 고객들이 하나의 결제플랫폼에 익숙해지면 카드사에는 카드 발급 및 결제 처리기능만 남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카드사는 고객뿐 아니라 삼성페이에도 마케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가 특정 결제 플랫폼에 종속되면 수수료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지금은 모든 간편결제서비스 업체가 카드사에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고 있지만, 카드사가 마음대로 발을 빼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간편결제시스템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카드사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다소 작아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근본적인 영역을 침해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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