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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외모만 되면 아이돌? 실력 돼야 스타!

입력
2015.09.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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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데뷔하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남성그룹 아이콘. 데뷔앨범 12곡 전체가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10월 데뷔하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남성그룹 아이콘. 데뷔앨범 12곡 전체가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요즘 아이돌에게는 '아티스트 되기'가 일종의 충분조건이 된 듯하다. 오는 10월 데뷔하는 아이콘은 앨범 12곡 전체가 멤버들의 자작곡이고 세븐틴은 타이틀곡 '아낀다' 작곡과 퍼포먼스 제작을 멤버들이 직접 했다. 밴드 콘셉트의 DAY6 역시 멤버들이 앨범 전체를 작곡한 점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아이돌 그룹이 앨범 제작 참여를 통해 아티스트의 면모를 내세우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HOT, 신화 등 1세대 아이돌도 당시 앨범 수록곡의 작곡·작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아티스트형 아이돌' 콘셉트를 추구한 빅뱅을 제외하면 신인 남성그룹이 자작곡으로 데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여자 아이돌 그룹은 자작곡으로 데뷔하는 사례가 드물지만, 중견 그룹이 되면 직접 음원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다. 원더걸스는 '아이 필 유'(I Feel You) 무대를 위해 멤버 전원이 악기 연주를 배우고 타이틀곡을 제외한 수록곡을 직접 만들었다. 또 멤버 유빈은 Mnet '언프리티 랩스타2'에 출연해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언프리티 랩스타2'에는 씨스타의 보컬 효린도 출연하는데, 방송 초반 다른 래퍼 출연자들의 시선이 달갑지 않았다. 아이돌인 이들의 랩 작사 실력에 의구심을 가진 것이다. 아이돌은 실력을 보여주기도 전 색안경 낀 시선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기획사들이 아이돌의 작곡 수업에 열을 올리고 이들의 자작곡을 앨범에 적극 활용하는 이유다.

'밴드'로 컴백한 원더걸스의 티저 화보. 왼쪽부터 유빈, 예은, 선미, 혜림. JYP 페이스북
'밴드'로 컴백한 원더걸스의 티저 화보. 왼쪽부터 유빈, 예은, 선미, 혜림. JYP 페이스북

아이돌의 '아티스트화' 현상은 시장의 흐름이 만들어낸 변화이기도 하다. 요즘 아이돌은 대중음악 시장은 물론,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해외 시장도 움직이는 힘이 생기다 보니 예능·드라마·영화 등 타 업계에서도 아이돌을 찾는다. 아이돌의 수요가 늘어나자 기획사의 고민도 깊어졌다. EXID는 기존 멤버의 탈퇴로 생긴 공백을 이미 가수로 활동하던 솔지로 채웠다. Mnet '슈퍼스타K2'에서 싱어송라이터를 표방한 강승윤도 위너에 투입돼 아이돌로 변신했다. 더군다나 대형기획사는 탄탄한 인력과 시설투자로 아이돌이 음악 역량을 늘리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강승윤 역시 YG엔터테인먼트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한층 세련된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소비자의 니즈도 작용한다. 가요계가 아이돌로 획일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중한 외모로 팬을 확보하는 전략은 옛일이 됐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기획력이나 이색 콘셉트에만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중의 눈높이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점차적으로 성장하는 가수가 아니라 데뷔 때부터 프로로 완성된 가수가 살아남는다. 신인그룹이 일정기간 안에 인정할 만한 라이브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대중의 눈 밖에 나기도 한다. 아이돌의 외모만큼이나 음악적 역량이 팬덤 형성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어찌 보면 돌고 돌아 원래 자리로 온 것일 수도 있다. '가수는 음악을 잘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정설에도 부합하는 현상인 것이다. 다만 오해하지 말자. 아이돌이 음악만 잘해서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이돌로서 가져야 할 스타성을 전제조건으로 아티스트의 능력이 추가로 요구되는 것이다. 성공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겠지만 한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아이돌로 가요계에 자리잡기는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 성공을 위해서는 회사의 자본과 시스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방송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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