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례 의석 수' 싸고 힘겨루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3일 뒤늦게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 기준 마련에 나섰지만, 여야 의원들이 설전만 벌이다 파행으로 마감했다. 현재 국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 결정사항에 대한 수정 권한이 없어 획정 기준을 통해서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내달 13일 획정안 제출 법정시한까지 여야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개특위는 이날 논의 안건에서부터 여야간 충돌이 벌어지면서 전체회의 개의가 1시간 넘게 지연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의원 정수를 포함한 선거구획정 기준이 안건에서 빠진 데 대해 “약속 파기”라고 반발했고, 새누리당은 회의 개의가 먼저라고 맞섰다.
새누리당 소속 이병석 위원장의 중재로 전체회의는 가까스로 열렸지만, 여야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20여분만에 맥없이 끝나고 말았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정수는 300명으로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는 가급적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이란 가치가 지역구 의석 수로만 지켜질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비례대표 의석 축소에 반대했다.
여야가 평행성만 달리자 이 위원장은 회의를 마무리하며 “선거법심사소위가 획정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회가 획정위의 안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헌법재판소가 시한으로 정한 11월 13일까지는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며 여야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어 열린 선거법소위에서도 여야는 획정 기준 마련 지연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설전을 벌였다. 여당 간사인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농어촌 지역 대표성과 비례대표의 중요성 등과 관련해 여야간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은 정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의원정수 확대 여부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선거법소위 회의에서 신정훈 의원은 “내 배가 고프다고 다른 걸 도둑질하면 안된다”면서 의원정수 확대 문제를 안건으로 채택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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