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23일 인적쇄신론을 제안했다. 혁신위 임기 마지막 날에 밝힌 ‘최종 제안’이다. 그 동안의 어느 혁신안보다 내용이 구체적이다. 4ㆍ29 재보선 참패 이후 몰아친 패배감과 무력감을 터는 데는 합리적 행동양식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인적 쇄신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게 무엇보다 시급함을 강조했다.
혁신위의 제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하급심에서라도 유죄 판결을 받으면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은 물론 기소단계에서부터 정밀검증을 거치도록 한 당규 개정안이다. 상당한 논란을 겪었지만 개정안이 당무회의를 통과한 것만도 눈길을 끈다. 당장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상고심에 들어가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입법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 등의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졌다. 기소 단계에서의 엄밀한 검증이 이른바 ‘표적 수사’ ‘편파 수사’ ‘정치 탄압’등에 좌우된다는 야당 전통의 우려와 항변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둘째는 역대 당 대표의 솔선수범 촉구다. 혁신위는 문 대표에게 “총선 불출마를 철회하고 부산에서 총선 승리의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우선 주문했다. 이어 “계파주의와 기득권 타파를 위해 책임 있는 분들의 백의종군(白衣從軍)ㆍ선당후사(先黨後私)가 필요하다”며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의원 등 전직 대표들에게 “당 열세지역 출마를 비롯한 당의 전략적 결정에 따라달라”고 요구했다. 안 의원에게는 문 대표와의 부산 지역 동반 출마를, 다른 전직 대표들에게는 열세 지역 ‘산화(散華) 출마’와 정계은퇴 중 택일(擇一)을 요구한 것이다.
문 대표가 “심사숙고 하겠다”고 일단 유보적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박ㆍ안 의원을 비롯한 다른 당사자들이 즉각 반발했다. 박 의원은 “검찰에 공천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안 의원은 “정치인은 지역주민과의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혁신위와 그 활동 내용에 대한 계파별 인식 차이를 그대로 드러냈다.
혁신위의 최종 제안마저 당내 계파 갈등의 결과나 갈등 확대의 계기로 비친다면, 야당에 미래란 없다. 계파 간 이해 상충이 운명적이고 개인의 정치생명이 중요해도, 일단 당의 재생에 힘을 합쳐야만 수권 희망이 싹틀 수 있다. 직접적 당 운영 책임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비주류의 당연한 반발은 탓해봐야 소용없다. 그보다는 문 대표부터 혁신위 권고대로 즉각적 부산 출마를 결단하고, 그런 솔선수범으로 비주류의 동참을 이끌어내려고 애쓰는 게 낫다. 이번 제안에조차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면, 최종적 각자도생의 길마저 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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