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취준생 새벽기도 해프닝
“제발 살려주세요!”
비가 부슬부슬 내린 24일 새벽 2시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 황령산 정상에서 20대 여성의 다급한 비명이 들렸다. 마침 인근에 있던 최모(21)씨가 절규를 듣고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강력사건이라고 판단한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 남부경찰서 등 3개 경찰서에 긴급지령이 내려졌고 당직형사 30여명과 112타격대 등 경찰관 70여명이 동원됐다. 경찰은 비바람과 안개 속에 2시간 넘게 황령산 봉수대 부근을 수색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던 중 먼저 출동한 지역 경찰관이 “비명소리가 들린 방향에서 내려온 여성 4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여성들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하고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순찰차 블랙박스로 이들이 타고 온 차량번호와 소유주를 확인한 끝에 마침내 김모(28ㆍ여)씨를 찾아내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취업을 하지 못한 김씨는 이날 새벽, 친구들과 황령산 정상을 찾았다. 새벽이라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한 김씨. “하나님, 취업 좀 되게 해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울분이 섞인 고함을 토했다. 그런데 이를 최씨가 듣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현대섭 남부경찰서 경사는 “20대 후반 여성들이 수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자 간절히 기도한 것 같다”며 “젊은이들의 취업에 대한 갈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강력사건이 아닌 점에 안도했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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