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토·반발 확산… 분위기 흉흉
박지원 "20대 총선 반드시 출마"
조경태 "차라리 나를 제명하라"
쇄신 대상에 오른 중진들 격앙
추석 이후 일부 탈당설 확산까지
주류측 "선언적 의미" 진화 움직임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위원회가 던진 핵폭탄급 인적쇄신안의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쇄신 대상으로 거론된 중진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내에선 추석 이후 핵심 인사들의 탈당설까지 흉흉하게 퍼지고 있다. 희생을 요구받은 계파수장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불똥이 계파갈등 2라운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혁신위가 전날 ‘해당 행위자’로 거론한 조경태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에 따라) 징계를 운운하지 말고 (문재인 대표는 차라리) 나를 제명하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당의 분열과 갈등은 (문 대표가) 4·29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누가 해당 행위자인지 당원과 국민에게 공개투표로 물어보자”라고 반격했다.
혁신위로부터 사실상 불출마를 요구받은 박지원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0대) 총선은 반드시 출마한다”며 거부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박 의원은 특히 자신을 포함, 혁신위가 정세균ㆍ이해찬ㆍ문희상ㆍ김한길ㆍ안철수 전 대표에게 ‘백의종군’을 요구한 것에 대해 “‘당신들은 떠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당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탈당을) 결정하겠다”며 독자 행동을 암시했다.
새정치연합의 원심력이 커지자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까지 확산되고 있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천정배 무소속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이 당내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대로 머무르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안 의원을 향해 공공연히 신당 합류를 부추겼다. 천 의원의 신당 창당을 돕고 있는 염동연 전 의원도 조경태 의원을 향해 “구차하게 당에 있지 말고 빨리 나와 함께 하자”고 제안해 야권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혁신위는 인적쇄신을 재차 강조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 분들(계파수장들) 중에는 출마해 역할을 하시 분이 계시고 용퇴를 하실 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하급심 유죄판결자 공천제한과 관련한 반발에 “공천은 재판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후폭풍의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자 주류 측 일부에서는 진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의 메시지는 계파 수장들이 살신성인을 하라는 원칙적 의미”라면서 “정치적ㆍ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분란만 증폭시킨 혁신위의 전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윤태곤 정치평론가는 “제대로 된 물갈이를 하려면 조 의원이나 정치적 상황이 모두 다른 전 대표들 이름을 몽땅 넣어 전선을 흐릴 것이 아니라, 정교하고 전략적으로 세대교체의 모든 포인트를 펼쳐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주류의 희생이 포함된, 당의 몸통을 바꾸는 진정한 세대교체로 전략이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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