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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돈의 미래’ 핀테크의 세계

입력
2015.09.2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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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황제였던 시저는 로마제국 전체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국립조폐소를 세우고 금화, 은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 넣었다. 그로부터 200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세상의 모든 나라들은 그 국가의 역사적인 인물이 새겨진 돈을 만들고, 그곳에서 우리는 울고 웃는 삶을 살고 있다. 이처럼 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관념이 있다. 그런데, 최근 돈의 미래를 바꿀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핀테크(FinTech)다.

핀테크는 금융이란 뜻의 Finance와 기술을 의미하는Technology를 합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보통은 금융 산업에 IT 기술이 도입되는 것을 의미했는데, 최근에는 기존의 금융 산업이 하는 모든 금융 업무를 IT기술을 통해 구현하고 대체하는 것까지 의미한다.

핀테크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가장 관심을 많이 끌고 있는 것은 다양한 모바일 지불 결제 시장인 듯하다. 소위 ‘OO 페이’ 전성시대다. 애플페이, 삼성페이, 알리페이 처럼 말이다. 이렇게 IT 업체들이 지불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이유는 일단은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3년 2,350억 달러에서2017년에는 7,2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삼성페이를 이용해 결제를 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페이를 이용해 결제를 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현재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역시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이지만, 최근 중국의 성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기존의 나라들이 종이 화폐에서 신용카드를 거쳐서 핀테크로 이동해 간 것과 다르게, 신용카드의 확대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핀테크로 이동하는 형국이다. 특히 알리바바의 경우 결제부터 자산운용까지 그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2014년 350조원으로 급성장하였다.

핀테크가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면, 인터넷이 처음 우리 삶 속에 들어오면서 겪었던 충격을 상기하게 된다. 인터넷이 개발되면서, 정보를 독점하는 세력의 힘이 약해졌듯이 핀테크도 기존의 기득권 금융시스템를 위협하는 금융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봐야 할 것이다.

기존의 기득권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환전을 들 수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해외 이주민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해외 송금액은 2000년 이후 3배 이상 증가하여 2014년 5,834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중 4,350억 달러가 저소득 개발 국가로 송금된다. 만약 이렇게 거대한 자본의 흐름과 관련하여 송금 서비스의 수수료를 낮추고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수수료를 없앨 수 있다면 어떨까?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라는 영국의 핀테크 스타트업은 외환의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연결해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원리로, 중간에 발생하는 거액의 환전 수수료를 크게 경감시킨 서비스를 내놓아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의 환전 서비스 개념도
트랜스퍼와이즈의 환전 서비스 개념도

더 나아가서는 화폐 자체에 대한 변화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오는 비트코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트코인은 여러 이용자의 컴퓨터에 분산되어 있는 정보를 중심으로 생성도 되고, 유통도 이루어진다. 모든 프로세스가 암호화되어 있으며, 높은 수준의 보안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안정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트코인이 앞으로 돈의 미래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지만, 이와 유사한 암호화폐(Cryptocurrency)는 앞으로도 계속 개발이 되고 활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암호화폐에 대해서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결국 허상이 아니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종이 위에 숫자를 쓴 것이 결국 종이 돈이다. 중요한 것은 그 사회에서 이것을 신뢰하는지 여부다.

우리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는 동전이나 지폐라는 화폐가 전 세계의 경제규모를 얼마나 설명하고 있을까? 니알 퍼거슨에 따르면 2006년 전 세계에 존재하는 현금의 규모는 473조 달러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현재는 500조 달러가 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전 세계에 유통되거나 보관된 동전과 지폐를 모두 모아보면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불과 50조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450조 달러가 넘는 돈이 단지 은행의 계좌에 표시만 되는 것들이다. 컴퓨터 스크린과 컴퓨터 서버에 가상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양이 90%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비트코인과 솔직히 뭐가 다른가?

이처럼 핀테크는 매우 많은 영역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금융과 관련한 규제로 인해서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들이 잘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존 금융권의 기득권만 보호한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돈의 미래는 결국 그 국가의 미래와 직결이 될 수 밖에 없는데, 과거의 돈에 우리가 발목을 잡혀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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