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이 보도자제 요청"…다시 '가해자 측 요청'으로 말 바꿔
알고 보니 모두 거짓말…가해자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남녀 커플이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던 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부평 묻지마 커플폭행 사건'과 관련, 경찰이 거짓 내용을 근거로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4일 오후 4시 30분께 인천경찰청 출입 방송기자들에게 이 사건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부평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측 부모의 영상보도 자제 요청이 있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종합편성채널 방송사 기자는 이 메시지를 받고 피해자 측에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보도 자제를 요청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기자가 이날 오전 인천경찰청 홍보실에 전화를 걸어 피해자 측 주장을 전달하자 홍보실 직원은 "피해자 측 부모가 아니라 피의자 측 삼촌이 요청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 직원은 "오후 3시 30분쯤 전화를 걸어왔다"고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와 피의자 측 누구도 경찰에 보도 자제 요청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확인한 결과 인천경찰청 홍보실이 사건이 크게 부각돼 공분이 일자 자체적으로 사건의 반향을 줄이려고 거짓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거짓 해명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사건이 지나치게 커져 인천이 마치 범죄 도시인 것처럼 비쳐지는 것 같아 자제 요청 문자 메시지를 방송사에만 보냈다"며 "거짓말을 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홍보실 직원이 방송사 기자의 확인 전화에 당황해 재차 피의자 삼촌이 요청했다고 또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폭행 사건이 알려진 이후 수사를 맡은 경찰의 거짓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3일 한 통신사 기자가 사건을 직접 수사 중인 인천 부평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취재를 하던 중 "피의자들을 검거했느냐"고 묻자 담당 형사팀장은 "아직 못 잡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경찰은 같은 날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피의자 4명 가운데 1명을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검거했다"고 밝혔다.
해당 형사팀장은 "언론 대응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 몰랐다"며 "지방청에서도 오후에 보도자료를 낸다며 사건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형사팀장은 사건이 알려지기 전 한 방송기자의 취재 요청에 대해 "아주 나쁜 애들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술 먹고 그렇게 된 거다.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라고 말해 가해자 측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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