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할 때 본인이나 자녀가 5년 전에 처분한 재산도 소득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재산을 숨겨두고 수급자가 되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만 넓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할 때 ‘소득 조사일로부터 5년 내에 증여ㆍ처분한 재산은 소득으로 산정한다’는 조항이 새로 추가됐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소득을 합친‘소득 인정액’이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는데, 과거에 처분한 재산까지 소득에 포함되면 수급자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자녀 등 직계혈족인 부양의무자가 5년 내 증여ㆍ처분한 재산까지 포함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부채 상환, 의료비 지출 등 가족들의 생활을 위해 쓴 돈이 분명하면 소득에 포함되지 않지만, 사용처가 불분명하거나 증여했을 경우에는 소득에 포함된다. 예컨대 부모가 3년 전 자녀 신혼집 전세금이나 사업 밑천을 보태줬다면, 현재 부모 수중에 돈이 없다고 해도 부모의 재산으로 간주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족끼리 재산을 양도하거나 처분해 은닉하는 방식의 부정 수급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런 방식의 부정수급이 몇 건인지 조차 파악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정수급 규모는 9,800명으로 전체 수급자(133만명)의 0.7% 정도다.
부정수급 방지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려다 더 큰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산 변동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5년은 굉장히 긴 기간”이라며 “빈곤층이 기초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법적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관계자는 “현재도 복지부 지침으로 처분 재산을‘기타 소득’에 포함시켜왔는데 처분 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시행령에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라며 “또 공적 자료로는 존재하지 않는 재산인 점을 감안해 재산 처분 시점부터 매달 일정 비율로 재산 액수를 차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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