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라이브 연주 시스템 없어
9월 데뷔 JYP '데이식스' 방송 '0'… YG '아이콘' 데뷔무대도 공연장
소요 경비가 출연료의 10배
지상파·케이블까지 프로만 7개
"골라 가기엔…" 아예 출연 포기도
가수들에게 방송사의 음악순위프로그램은 빼 먹으면 안 되는 학교 같은 존재였다. 데뷔하면 의례적으로 거쳐야 하고,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스타였다. 3분여 동안 얼굴과 노래를 알리는 시간은 특히 신인들에겐 놓치면 안 되는 기회였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신인들이 음악순위프로그램을 찾지 않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9월 데뷔 앨범 ‘더 데이’를 발매한 데이식스를 한 번도 음악순위프로그램에 내보내지 않았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도 10월 5일 데뷔 앨범 ‘웰컴 백’ 발매를 앞둔 신인힙합그룹 아이콘의 음악순위프로그램 출연 스케줄을 잡지 않았다. 이들은 방송이 아닌 공연으로 첫 무대를 보여주고 신곡 활동을 시작한다. 대형 가요기획사를 중심으로 신인들의 음악순위프로그램 이탈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음악순위프로그램이 그만큼 한물 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수들은 K팝으로 한류를 이끌며 성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무대를 보여주는 방송사의 무대 연출과 제작 방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욱 JYP 대표는 “음악순위프로그램은 라이브 연주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데이식스는 밴드인데 첫 무대부터 핸드싱크(녹음된 연주를 내보내면서 악기를 연주하는 척하는 것)를 보여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아무리 홍보가 급한 신인이라지만 연주가 생명인 밴드를 연주 시스템 없는 무대에 허수아비처럼 세워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얘기다. YG 측도 “아이콘의 완벽한 데뷔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방송 대신 공연을 택했다”고 말했다.
시청률은 음악순위프로그램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KBS ‘뮤직뱅크’·MBC ‘쇼!음악중심’·SBS ‘인기가요’는 시청률 1~2%대를 오간다. K팝 스타를 불러놓고도 ‘애국가 시청률’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케이블채널 음악방송보다 지상파 선호도가 훨씬 떨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미국사무소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K팝 관련 음악프로그램으로 Mnet ‘엠카운트다운’(42.1%·648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K팝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51개주에 사는 1,54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결과다. 한국 지상파란 브랜드가 해외에선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일중 콘진원 미국사무소장은 “케이블 음악방송이 보여준 새로운 연출 방식과 스타일, 표현 등이 현지 팬들에게 더 어필한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홍보효과가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기획사 입장에선 턱 없이 낮은 출연료를 감수해야 하느냐는 회의가 커진다. 여러 가요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상파 음악순위프로그램 출연료는 그룹 기준 10만~40만원 선이다. KBS가 가장 높고, SBS가 제일 낮다. 취재 결과 데뷔 5년 차가 넘은 4인조 걸그룹 A는 KBS ‘뮤직뱅크’에선 35만원을 받았는데, SBS ‘인기가요’에선 10만원을 받았다. 신인 남성 아이돌그룹 B는 케이블채널 음악프로그램에서 출연료로 5만원을 받는다. 반면 음악순위프로그램 출연 시 드는 경비는 4인조 걸그룹의 경우 500만 원이 넘는다. 멤버 별 의상비로만 개인당 100만원이 깨지고, 댄서 인건비(1인당 10만원)와 식대 등이 발생하기 때이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음악순위프로그램 출연은 출연료가 소요경비의 10분의 1정도일 정도로 너무 작고, 방송마다 다른 의상을 요구해 지출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수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을 포함해 음악순위프로그램만 7개”라며 “어디 방송사는 출연하고 다른 곳은 안 하면 적이 될 수 있어 아예 음악순위프로그램 출연을 포기하기도 한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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