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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러 번 사고 겪고도 여전히 무방비 실내사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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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러 번 사고 겪고도 여전히 무방비 실내사격장

입력
2015.10.0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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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권총과 실탄 19발을 빼앗아 달아났던 범인이 4시간 만에 붙잡혔다. 사건 발생 당시 부산은 주말인데다 부산국제영화제 행사로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몰렸던 터라 긴장이 극에 달했다. 범인 홍모씨는 총기 탈취가 우체국을 털기 위해서라고 진술해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뻔했다. 부산 도심에서 택시에 타고 있다 경찰 검문으로 붙잡힐 당시 홍씨는 실탄 9발을 장전한 상태였다고 하니 총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로 드러나고 있지만 홍씨의 총기 탈취과정은 어처구니가 없다. 홍씨가 그제 오전 얼굴을 가린 상태로 실내사격장을 찾았을 때 사격장에는 여주인 혼자 있었다. 직원이 한 명 더 있었지만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사격장 관리 규정에는 관리자나 안전담당 종업원 없이 사격자를 혼자 두면 안 된다고 돼있으나 있으나마나다. 규정을 어겨도 별다른 벌칙이 없으니 무용지물인 셈이다.

총기를 탈취되는 것을 방지하는 잠금 장치가 없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걸쇠가 있지만 총기의 무단 반출을 막는 용도가 아니어서 누구나 총을 쏘다가 마음만 먹으면 빼낼 수 있다. 신분 확인도 주먹구구식이어서 홍씨는 총기 대여일지에 인적 사항을 허위로 기재했다. 이러고도 총기 탈취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홍씨가 사전 답사 때 실제 이름을 적었다가 지운 흔적을 근거로 신원을 파악해 검거한 경찰의 기민함이 없었더라면 추가 범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실내 실탄 사격장은 현재 전국에 수십 곳에 설치돼있지만 제대로 된 안전관리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다. 14세 중학생 이상이면 별 제한 없이 총을 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찰의 정기적인 점검도 소홀한데다 단속이 이뤄진다 해도 이를 강제하거나 처벌할 근거가 미흡하다. 사격장의 허술한 총기 관리로 사고가 나도 사격장 측에 별다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2006년에는 실내사격장에서 빼돌려진 권총이 은행 강도 사건에 이용됐고, 2009년에는 사격장 소방시설 미비로 일본인 관광객 등 10명이 화재로 숨져 국제적인 망신을 사기도 했다. 사격장 직원이 장부를 조작해 실탄을 외부로 빼돌린 사례도 적발된 바 있다. 모든 분야에서 번번이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 실내사격장 관리의 허점은 강도 사건은 물론 각종 테러 등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당국은 사격장 안전관리 규정에 대한 보완과 함께 관리실태와 안전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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