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이토록 헤매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다. 그렇다. 나는 첼시라는 팀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블랙번 로버스의 홈구장을 그렇게 많이 드나들었지만, 폭력 사태를 경험한 적이 딱 한 번 있다. 첼시 팬들이 홈관중 구역을 공격하면서 아수라장이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프리미어리그가 처음 시작되던 해에 열린 첼시와 맨시티의 경기를 보러 갔던 날도 떠오른다. 이때 두 팀은 부자 구단과는 거리가 멀었고 1만 명 정도의 관중이 추운 월요일 밤의 축구장을 찾았을 뿐이다. 첼시는 전통적인 잉글랜드의 강호가 아니었다(그렇다고 작은 구단도 아니었다). 1950년대와 1970년대에는 화려한 시기가 있었다고 하지만 빅클럽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첼시라는 팀의 성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전 세계에도 손꼽히는 부자 구단 중 하나가 되어 프리미어리그의 디펜딩 챔피언으로 활동 중이다. 2012년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이루며 국제적인 인지도의 구단이 되었으니 명문이라는 타이틀을 달 자격도 어느 정도 생겼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첼시를 아직도 완전한 명문 구단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그들이 보이는 태도나 행동 등에서 그러한 것들이 드러난다. 우선, 러시아의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의 구단주로 잘 알려졌는데, 이 사람의 과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글에서 자세한 사항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그가 부를 축적한 과정과 영국 프로축구팀에 투자하게 된 계기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
조세 무리뉴라는 남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리뉴는 전술적으로 환상적인 재주를 지닌 사람이지만, 구단이 쓴 엄청난 자금에도 불구하고 싱거운 축구만 구사하고 있다. 현재 첼시의 축구를 흥미롭고 짜릿하다고 묘사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첼시는 재능이 뛰어난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자신들의 축구보다는 다른 팀의 축구를 방해하는 일에 더 중점을 두는 듯하다.
존 테리처럼 롤모델이 되기 어려운 선수가 팀의 상징이기도 하며, 디에고 코스타라는 새로운 문제아도 나타났다. 코스타는 뛰어난 실력이 있지만 축구를 거부하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상대 수비수와 싸우거나 퇴장시키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어두운 축구의 ‘마스터’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자신은 퇴장을 당하지 않으면서 상대 선수의 심기는 확실하게 망가뜨려 놓는 재주가 있다. 코스타가 축구 자체에만 신경을 쓴다면 한 차원 더 높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우리 팀으로 뛰면 유용한 선수지만 다른 팬들은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선수인 듯하다. 사람들이 조용한 남자로 기억하는 데니스 베르캄프도 그러한 부류였다. 경기장에서 실제로 보면 베르캄프는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하고 발로 차는 등의 더티 플레이를 자주 펼쳤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축구에 아름다운 점이 많았기에 세상은 그의 못된 습관들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는다.
한국 대표팀에 이러한 유형의 더티 플레이어가 없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영리한 축구와 더러운 축구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한국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깨끗한 축구를 한다. 가짜 다이빙도 덜하고 주심을 속이려는 행동도 많지 않다. 이러한 면에는 박수를 쳐줘야 한다. 2006년 월드컵 보고서 중에 ‘더티 플레이’에 관한 항목도 있었는데, 한국은 상위 3위 안에 드는 깨끗한 팀으로 평가됐다.
물론 깨끗한 축구는 국제무대에서 한순간에 순진한 축구로 변질되는 수도 있다. 2014 월드컵 알제리전의 전반전은 정말 끔찍한 게임이었다. 알제리는 폭동이라도 난 듯 거칠게 한국을 몰아세웠는데, 이때 한국이 디에고 코스타가 쓰는 것과 비슷한 몇몇 전술로 알제리의 기세를 죽였더라면 경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지도 모른다. 약간의 시간 끌기와 반칙이 필요했던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2015 아시안컵 조별 경기가 끝나고 났을 때 호주의 팀 케이힐은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한국 선수들이 너무 착해서 깜짝 놀랐다”
케이힐은 볼 다툼을 위해 점프를 뛰다가 함께 넘어진 한국 선수들이 자신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믿을 수가 없었다는 설명을 했다. 그 모습이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던 것이다.
나는 그러한 장면이 이해가 가지만 이러한 모습이 좀 바뀔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보다는 조금 더 터프하고 덜 착한 팀이 되어도 괜찮다. 모두가 디에고 코스타 수준의 행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에 약간의 트릭과 길거리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승리를 위한 영리한 작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과거 활약했던 서독 대표팀은 이렇게 영악한 축구에 능한 팀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러한 전술 한 두 가지를 선수들에게 알려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2015년 아시아 축구에서 한국은 최고의 팀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다시 세계에 도전할 때는 영악한 전술 몇 개는 준비해서 갈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디에고 코스타를 따라 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어느 정도 참고하는 것은 괜찮다!
축구 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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