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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주민과 함께 한 게 자라섬페스티벌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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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주민과 함께 한 게 자라섬페스티벌의 생명력”

입력
2015.10.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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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은 "지역 주민의 지지와 참여, 응원이 없으면 축제가 성공하긴 어렵다"고 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인재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은 "지역 주민의 지지와 참여, 응원이 없으면 축제가 성공하긴 어렵다"고 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다른 어떤 상보다 제겐 의미가 큽니다. 가평 주민으로 인정해준 상이니까요.”

8일 열리는 제48회 가평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가평군민상을 받는 인재진(50)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이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인 감독은 지난달 말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가평 주민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응원해주고 있다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준다”고 말했다.

올해로 12회째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경기 가평군의 최고 자랑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축제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최우수축제에 선정됐고 이 축제를 보러 매년 수십 만 명이 다녀간다. 무료로 볼 수 있는 공연도 많아 가을 나들이 삼아 찾는 이들이 넘친다. 올해는 9~11일 스파이로 자이라, 리처드 보나, 로베르토 폰세카 트리오, 파올로 프레수, 허소영 등 국내외 유명 재즈 연주자들이 노랗게 익은 가을 들녘에서 재즈 잔치를 벌인다.

인 감독은 비만 오면 물에 잠기던 자라섬을 재즈의 명소로 만든 주인공이다. 인구 6만 명의 작은 마을 가평을 음악도시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가평은 지난해 경기도가 주최한 ‘창조오디션’에서 1등 상을 받아 뮤직빌리지 건립금으로 100억원을 지원받는다. 인 감독은 “처음엔 내가 잘나서 축제가 잘 운영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주위 사람들 도움과 응원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특히 가평 주민의 응원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재정자립도는 70%가 넘는다. 매년 전국에서 열리는 수천 개 축제 중 이만큼 운영이 탄탄한 축제도 드물다. 재즈와 자연을 결합해 축제 콘텐츠의 질을 끌어 올린데다 대중을 배려한 시도가 조화한 덕분이다. “재즈 공연만 모아 놓는다고 축제가 되진 않습니다. 그래서 재즈에 대한 접근법도 달라야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지내는 게 축제인데 재즈 마니아만 배려할 순 없잖아요. 재즈의 비대중적인 약점을 처음부터 고려해 ‘자연, 가족, 휴식’을 먼저 내세우고 그 다음에 음악을 내걸었습니다.”

축제는 가평군을 바꿔놓고 있다. 음악과 무관하던 마을에 음악 전공 학생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200여 주민들이 자라섬재즈센터에서 악기를 배우고 있다. 연말에는 수강생들이 발표회도 한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생긴 수익으로 매년 1명씩 음악 전공자에게 장학금도 지급한다. 인 감독은 “군청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이 자라섬에서 공연을 본 뒤 재즈를 찾아 듣게 됐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축제의 가치가 이런 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지난해 노르웨이에 이어 올해 독일 재즈를 집중 조명한다. 디터 일그, 셀린 루돌프, 리오넬 루에케, 클라우스 돌딩거, 모블로 등 독일의 뛰어난 재즈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내년엔 프랑스 재즈가 대기 중이다. 인 감독은 “벌써 4년치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며 “국내 주재 대사관과 문화원의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인 감독은 10년 전부터 가평으로 이주해 살고 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일하는 스태프들 모두 가평 주민이거나 가평으로 이주한 이들이다. 그는 “관객수를 늘리는 것보다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축제와 주민들과 접점을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2년째 한 가지 축제를 계속하고 있지만 매 번 새롭다고 했다. “12년간 할 수 있었던 것도 과분한 대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는 게 신기해요. 축제의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사례로 자리매김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책임감도 듭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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