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타결됐다.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 무역ㆍ통상 장관들이 6일 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규정과 의약품 특허보호 기간, 낙농품 시장개방 문제 등 핵심쟁점을 일괄 타결했다.이에 따라 연간 무역규모 10조1,800억 달러, 인구 8억 명, 합계 국내총생산(GDP) 28조 달러에 이르는 경제통합체가 새로 등장하게 됐다. 세계 전체의 40%에 이르는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TPP의 탄생은 국제 통상기준과 질서에도 커다란 변화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TPP 타결은 경제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치ㆍ안보 관점에서도 간단치 않은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TPP는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는 장치로서 활용될 공산이 크다. 미ㆍ일 동맹의 기반이 TPP 타결로 더욱 공고해질 것인 데다 중국이 이미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출범으로 미국과의 금융패권 경쟁도 불사할 태세임을 널리 알린 터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TPP는 21세기에 필수적인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해 주는 것”이라며 “중국과 같은 나라가 세계 경제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지역에도 중국이 아닌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다. 중국은 “TPP가 아시아ㆍ태평양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지만 내심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 대한 TPP의 무역차별 효과에 비추어 중국의 수출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거대한 흐름에 우리가 동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을 낳는다. 참여기회가 있었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중국의 눈치를 보다가 시기를 놓친 셈이다. 그 1차적 영향은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 한층 치열해질 일본과의 경쟁이다. 안 그래도 엔저 장기화로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다. TPP의 양허 수준이 FTA에 비해 높지 않은 데다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다른 10개 회원국과는 이미 FTA를 맺어두었기 때문에 실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무성하다.
이런 엇갈린 진단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정부가 TPP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TPP의 일반적 참여 효과인 무역수지 개선과 GDP 증가를 FTA와 겹으로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일본과 멕시코 시장에도 추가 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초조해 하거나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다. TPP의 후속 합의와 각국의 의회비준 등을 고려하면 실제 발효하기까지는 아직 2년이 남아있다. 뒤늦게 TPP 참여를 서두르다 보면 각국에 시장을 추가 개방해야 하는 등 불리한 조건을 떠안을 수 있다. TPP 진행 상황을 꼼꼼히 살펴 국익을 구체적으로 따져가며 대응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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