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대선)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당이 대선 후보 교체 문제를 놓고 분열상을 드러내면서, 대만 대선 첫 여성 후보간 맞대결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주리룬(朱立倫ㆍ54) 대만 국민당 주석은 6일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문제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필요하다면 모든 책임을 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신문사가 전했다. 이는 국민당 대선 후보를 현재 훙슈주(洪秀柱ㆍ67) 입법원(국회) 부원장에서 주 주석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공식화한 것이다. 경선 불출마를 고집해 온 주 주석이 태도를 바꾼 건 사실상의 대선 출마 선언이란 해석도 나온다. 훙 후보는 그 동안 야당 대선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ㆍ59) 민진당 주석과의 지지율 대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교체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대만 빈과일보가 지난달 20세 이상 성인 1,2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선 44.2%가 차이 후보를, 28.5%가 훙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훙 후보는 자진 사퇴를 거부하며 대선 후보를 고수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훙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설령 전쟁터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의 기대를 배신할 순 없다”며 “끝까지 선거에 참여할 것이며 (후보 교체와 관련된) 어떠한 교환 조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갑자기 대선 후보를 바꾸겠다는 것은 자폭 행위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만 집권 국민당은 대선을 코 앞에 두고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관심을 모았던 내년 1월 여성 대선 후보간의 맞대결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대만 정계에선 결국 주 주석이 여당 후보로 나서 차이 후보와 맞서게 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주 주석은 지난 5월 베이징(北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국공(國共) 수뇌회담’도 가진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신베이(新北)시 시장 재임에 성공한 뒤 지난 1월 진행된 국민당 주석 선거에서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99.61%)로 당선됐다.
그러나 국민당 대선 후보가 주 주석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차이 후보를 꺾긴 힘들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만 내 반중 정서가 높기 때문이다. 대만의 독립을 주창하고 있는 민진당보다는 중국에 우호적인 국민당 후보가 승리하길 바라는 중국은 대만 대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선은 내년 1월16일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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